풍선 전쟁 - 채희종 정치·사회담당 편집국장
2024년 06월 06일(목) 21:30
“지~나 가 버린~ 어~린 시절엔~~,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밴드 ‘다섯손가락’의 노래 ‘풍선’의 도입부다. 풍선은 노래처럼 어른들에게는 어린 날의 추억이나 꿈을 소환하는 매개이다.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하늘을 나는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해주기도 한다. 수많은 만화 영화에 풍선을 타고 여행하거나 하늘을 나는 장면이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비슷한 이유일지 모르지만 해외 여행을 떠나는 한국인들은 튀르키예의 카파도키아, 호주 시드니 등지에서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나는 체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바람을 넣으면 동그스름하게 부풀어 오르며 커지는 풍선은 보는 이들에게 행복감과 만족감을 준다. 이 때문에 개업이나 돌잔치 등 각종 행사에 빠지지 않고 활용되는 소재이다. 풍선은 시각적으로는 기분을 좋게하는 기능을 가졌지만 비행이 가능한 특성 탓에 오래 전부터 전쟁의 도구로 활용됐다.

독일 분단기인 1960~1970년대 서독과 동독은 삐라가 담긴 풍선을 상대 진영에 날려 보내며 체제 혼란을 부추겼다. 중국과 미국도 풍선으로 격돌한 적이 있다. 지난해 중국이 띄운 비행 풍선이 미국을 횡단해 대서양에 이를 때 미국이 이를 격추시키면서 양국 갈등이 증폭됐다. 중국은 대기측정용이라 주장했지만 미국은 국방·정보수집용으로 의심하고 있다.

남한과 북한도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선전전에 삐라를 담은 풍선을 이용했다. 최근 수년 동안은 남한의 대북 관련 활동가들이 북한 실상을 담은 삐라 등을 넣은 풍선을 북으로 날려 보냈다. 급기야 얼마전 북한이 대북 전단을 빌미로 각종 쓰레기를 매단 오물 풍선 1000여 개를 남한에 날려보내자 참다 못한 정부가 북한이 가장 꺼리는 대북 확성기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북 확성기 등 ‘감내하기 힘든 조치’를 하겠다는 우리측 경고에 북한이 오물 풍선 살포 잠정 중단을 선언하면서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6일 탈북민단체가 애드벌룬 10개를 이용해 대북전단 20만장을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풍선 싸움이 전쟁으로 치달을 기세다. 남과 북은 항상 그렇지만 대화가 우선이다.

/채희종 정치·사회담당 편집국장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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