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 최권일 정치총괄본부장
2024년 06월 05일(수) 00:00
1950년대 미국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치킨 게임’이라는 놀이가 있었다. 두 명의 운전자가 정면 충돌을 불사하고 맞은 편에서 서로 차를 몰며 돌진하는 게임이다. 먼저 피하는 운전자가 패하게 되며, 이 경우 핸들을 꺾은 사람은 ‘치킨’이 된다. 여기서 치킨은 겁쟁이(coward)를 뜻하는 속어다. 1955년 미국 배우 제임스딘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묘사되기도 했다. 치킨 게임은 둘 중 한 명이 충돌을 피하지 않으면 결국 두 명 모두 죽게 된다. 한 명이 피하게 되면 두 명 모두 살 수 있지만, 겁쟁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195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이 게임이 대한민국 국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여야가 제22대 국회 원 구성을 놓고 사실상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어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회 관례에 따라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국회운영위원회(운영위) 몫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는 관례적으로 의석이 가장 많은 제1당에서 국회의장을 선출하고 제2당은 법사위원장을 맡아왔다. 국민의힘 운영위는 여당의 원내대표가 했던 점을 강조하며 물러서지 않는 반면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주요 상임위를 내줄 수 없다고 벼르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법사위를 맡아 법안 통과에 차질을 빚은 경험 탓에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야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법이 규정한 원 구성 시한을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 민주당은 협의가 불발되면 18개 상임위를 모두 가져가겠다는 경고까지 한 상황이다.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투표로 선출하면 야당의 의석수가 175석이 넘어 모든 상임위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원 구성을 놓고 대치하면서 47일만에 개원식이 열렸는데 이 전철을 또 밟을지 우려된다. 당시 민주당은 첫 원 구성에서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치킨 게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여야 모두 22대 국회는 민생 우선 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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