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금호아트홀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4년 05월 30일(목) 00:00 가가
몇년 전 대만 영화 ‘안녕, 용문객잔’(2003)을 여든 살 넘은 광주극장에서 관람하는 기분은 묘했다. 세계적 명성의 차이밍량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폐관을 하루 앞둔 영화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관 측이 마지막 작품으로 상영한 영화가 바로 호금전의 ‘용문객잔’이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낡을대로 낡은 1000석 규모의 복화대극장은 대만에 현존하는 극장이다. 멀티플렉스 극장이 주류인 시대, 전국 유일의 단관극장인 광주극장이 혹시나 문을 닫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터라 극장의 ‘마지막’을 담은 ‘안녕, 용문객잔’은 예사롭지 않았다.
클래식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이 개관 15년만인 7월 폐관한다는 소식이다. 복합쇼핑몰을 추진하는 광주신세계가 금호터미널 등을 매입하면서 금호갤러리, CGV영화관도 모두 문을 닫게 됐다. 영화관과 갤러리는 대체 공간이 있지만 광주에서 클래식 전용홀은 금호아트홀이 유일하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316석의 금호아트홀은 개관 당시 일본 NHK 엔지니어링 음향 디자이너가 직접 음향을 설계하고 최고급 사양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도 들여와 화제가 됐었다. 아트홀은 클래식 연주자와 애호가들에게 단비 같은 공간이었다. 백전 노장 백건우의 쇼팽 ‘에튀드’와 17세 소년 임윤찬이 연주하는 리스트의 ‘초절기교’를 들었던 곳이 금호아트홀이었다. 다양한 장르의 지역 연주자들 역시 이곳에서 리사이틀 등을 통해 애호가들을 만나왔다. 무엇보다 지역의 어린 연주자들을 응원해온 금호영재콘서트의 존재가 빛을 발한다. 지금까지 180명의 초·중·고, 대학생들이 독주회를 열고 예술가의 꿈을 키웠다.
광주신세계는 매입 공간을 명품관 등이 들어서는 ‘광주신세계 아트앤컬처 파크’로 꾸민다고 발표했다. 백화점 1층 신세계갤러리가 지역 예술발전에 큰 역할을 한 것처럼 신세계의 이름에 걸맞는 최고 시설의 클래식 전용홀을 마련해 예술의 향기를 계속 전해주면 좋겠다. 금호아트홀 무대에 가장 많이 선 음악협회 등 지역 예술인들이 아듀 콘서트를 통해 작별 인사를 건네면 어떨까. ‘굿바이, 금호아트홀’이라고.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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