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교육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4년 05월 28일(화) 21:30
현저하게 의견이 상반되는 사람의 행동이나 물건의 상태를 이르는 ‘극과 극’이나 말과 행동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뜻의 ‘모순’(矛盾)처럼 모순된 관계를 형용함으로써 오히려 이런 상태나 상황을 강조하는 긍정적인 차원의 말본새(말하는 태도나 모양새)를 ‘모순어법’이라고 한다. 언어를 서로 모순되게 표현함으로써 상황의 특이성을 강조하고 글의 맛과 멋을 극대화하는 언어 표현법 중 하나다.

그룹 사이먼&가펑클의 유명한 노래 ‘침묵의 소리’라든가, 일상에서 쓰는 ‘작은 거인’ ‘달콤한 슬픔’ ‘시원섭섭하다’ 같은 표현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모순어법은 문학에서와는 달리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말하는 이의 진의를 왜곡해서 전달하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최근 모순어법의 영어식 표현인 ‘옥시모론’(Oxymoron)과 유사한 영어식 조합어 하나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global)와 ‘현지’(local)의 합성어로 지역 특성을 살린 세계화라는 의미의 ‘글로컬’(glocal)이 그것이다. 글로벌 지역주의라고도 할 수 있는 글로컬은 세계화와 지역화라는 모순된 상황에서 국가가 글로벌(전세계)+로컬(지역-국가보다는 상위개념)로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행사하는 지역의 힘을 키우게 하는 전략을 의미하는 형용사 정도로 볼 수 있다. 경제·문화 정책 등에 주로 사용되다가 ‘세계적인 대학, 지역 중심적인 대학’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대학 육성 정책인 ‘글로컬대학 30’이 이슈가 되면서 일상화한 용어라 할 수 있다.

오늘부터 6월 2일까지 이 글로컬을 내건 ‘2024 대한민국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가 ‘공생의 교육,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여수에서 열린다. 미래교육 콘퍼런스와 글로컬 미래교실, 미래교육 전시, 문화예술 교류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질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크다. 야심차게 글로컬이라는 용어를 쓴 만큼 현장을 찾는 이들이 이를 상투적인 역설을 담은 모순어법이 아니라 균형과 조화, 발전을 시사할 건실한 용어로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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