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내 임시보관시설, 영구저장 우려 “‘고준위 특별법’ 폐기하라”
2024년 05월 21일(화) 19:00
광주·전남지역 환경단체, 폐기 촉구
한빛원전 건식저장시설 설계 진행
기존 원전보유 지역민 무한 희생 강요
여야 대표들간 협상 잠정합의설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은 지난 16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에 고준위 특별법 폐기를 요구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제공>

광주·전남지역 환경단체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특별법’(고준위 특별법)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21대 국회 임기 마무리를 일주일 여 앞두고 고준위 특별법 통과에 대한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한빛원전 내 건식저장 시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채 설계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확인돼 지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한수원에 따르면 1986년 영광 한빛원전 한빛 1호기 첫 가동부터 6호기가 운영 중인 지난 3일까지 저장소는 80.1%(총 저장용량 9017다발, 현재 저장량 7226다발)가 채워져 있다.

저장소에 채워져 있는 것은 사용후 핵연료로 원자력 발전에 쓰이고 남은 핵연료 폐기물을 말한다. 방사선 세기가 강해 최소 10만년 이상 독성을 내뿜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 후 핵연료’는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한울원전(2031년), 고리원전(2032년), 월성(2047년), 신월성(2042년), 새울(2066년) 순으로 포화상태가 된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노후원전의 계속운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화시점이 빨라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광 한빛원전의 경우 1호기와 2호기 계속운영을 위한 주민공람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점에서 계속운영이 결정되면 고준위 핵폐기물 포화시점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준위 특별법에는 고준위 핵폐기물 관련 시설을 3가지로 정하고 있다. ▲임시 보관시설(원전 부지 내 신축)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시설이다.

문제는 중간 처분장 건설 전까지 폐연료봉 등 고준위 핵폐기물 보관을 위한 ‘임시 저장 시설’을 원전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가 원전 부지 내에 신규 설치하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자로에서 타고 남은 폐연료봉 등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고준위 핵폐기물은 세계 주요국도 완벽한 보관과 처리 방안을 찾지 못한 상태다.

좁은 면적의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핵폐기장을 영구설치에 찬성할 지자체는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결국 임시보관시설이 영구처분시설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준위 특별법은 고준위방폐장의 확보가 시급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지난 2013년부터 논의돼 왔다. 2016년과 2021년에는 각각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과 2차 기본계획이 수립됐지만 진전은 없었다. 20대 국회에서도 총 3건의 고준위 특별법이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고준위 특별법이 발의됐고 11차례 논의됐으나 현재까지도 법안은 계류 중이다.

다만 수차례 여야간 의견 차로 논쟁이 오간 가운데 최근 원내대표들간 협상을 통해 고준위 특별법 처리를 잠정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수원은 2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한빛원전 사용후 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종합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설계용역을 공고해 업체 선정, 계약 후 80개월 이내 건식저장시설을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다음달 지반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빛원전 5·6호기 뒤편에 건설을 추진 중인 건식저장시설 건설 부지는 축구장 면적의 4배 이상 수준인 3만3000㎡(1만여평). 건축물 크기는 1만7550㎡(5300여평)에 달한다.

지난해 4월 한수원이 사용후핵연료 처리시설 의결해 지역민과 환경단체가 거센 반발을 하고 있음에도 한수원은 지역민들에게 어떠한 내용도 논의하거나 공지하지 않은채 설계를 추진 중에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빛원전 측은 “주민들에게 설명이나 공청회 과정이 진행된 것은 없다”면서 “건식저장시설 확충 설계가 들어간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단체)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 보유 지역민들의 무한 희생을 강요하는 고준위 특별법을 졸속으로 거래하지 말고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2029년이면 고준위 폐기물이 가득 차는 상황에서 기존 원전 부지에 임시저장시설을 건설하는 것을 고정화하는 특별법이 통과되면 기존 원전 부지가 결국 최종처분장이 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명연장까지 추진된다면 지역민들이 얼마나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할 지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대안이라 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은 채 무작정 기존 방식인 원전에 의존하고 그 위험성에 눈 감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기존 원전 부지의 무한 희생을 강요하는 미완의 법안을 성급하게 21대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아닌, 22대 국회에서 제대로 된 해결 방안을 담은 법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우리나라에는 현재 영구저장시설과 중간저장시설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임시저장시설이 영구저장시설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며 “영구저장시설은 수만년간 저장할 물리적 공간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다른 법안과 거래하듯 조속히 통과시키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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