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사라져야 할 곤충은 없어 - 김태우 지음
2024년 05월 10일(금) 00:00 가가
곤충학자가 들려주는 ‘마이크로 코스모스’
‘메뚜기 선생님’으로 널리 알려진 곤충학자 김태우 박사(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는 초등 6학년 여름 방학때 풀무치를 처음 만난 후 곤충세계에 매료됐다. 눈앞에서 땅을 박차고 도망가는 풀무치 모습이 마치 새가 날아가는 것처럼 보여 ‘최애 곤충’으로 삼아 곤충연구의 길로 들어섰다.
한국에 2만 종, 전 세계에 90만 종이 서식하는 작은 생명체, 곤충. 우리는 일상에서 접하는 곤충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저 ‘곤충을 바라보는 관점’은 해롭고 더럽고 무서운 ‘벌레’로만 여겨 박멸하려 애쓴다.
“곤충은 동식물을 먹고 사체를 분해하고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새나 개구리 등 더 큰 동물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꽃가루받이를 도와 생물다양성 증진에 이바지한다.”
저자는 신간을 통해 “곤충은 타고난 본성대로 살 뿐 죄가 없다”, “모든 곤충은 독특하고 특별한 생명체이며 사라져야 마땅한 곤충은 없다”고 말한다. 젊은 곤충학자가 크게 7개 장(章)으로 나눠 들려주는 ‘마이크로 코스모스’(소우주)의 세계는 새롭고 매력적이다. 집게벌레를 직접 키우며 관찰하고 기록하는 저자의 어린 시절을 비롯해 곤충의 이름유래, 곤충학계를 빛낸 인물들 간의 가상 대담, 곤충학자의 일상, 해외 곤충연구자 교류에 이르기까지 학술용어가 아닌 일상의 언어로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독자는 저자의 관찰일기를 통해 곤충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함정(개미지옥)을 파놓고 걸려든 개미 등을 잡아먹는 개미귀신은 우화(羽化) 단계를 거쳐 명주잠자리로 변신한다. 개미귀신은 명주잠자리의 유충(애벌레)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소금쟁이와 섬서구메뚜기, 희시무르귀뚜라미 등 곤충이름 유래를 밝히며 “이 시대에 우리 생물 이름의 뜻을 조명하는 것은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 문화를 기록해 후대에 전달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희시무르귀뚜라미의 경우 북한말 ‘희스무레’(색깔이 조금 옅게 드문드문 허연 모양)에서 왔음을 어렵게 밝혀냈다.
누에-꿀벌, 곤충학자(석주명-조복성), 곤충학계를 빛낸 ‘충인’(蟲人)간에 이야기를 주고받는 4장 ‘티키타카’가 단연 돋보인다. 신사임당(1504~1551)과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1647~1717)은 시공간을 달리했지만 ‘초충도’(草蟲圖)라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나비를 연구한 석주명(1908~1950)과 하늘소 등 곤충을 연구하며 후학을 양성한 조복성(1905~1971)은 한국 곤충학의 토대를 다진 1세대 곤충학자였다.
곤충의 존재는 6번째 대멸종 위기에 놓인 인류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무엇보다 저자는 닻무늬길앞잡이와 청풍장님좀먼지벌레 등 서식지 파괴와 기후변화로 사라져가는 곤충들을 통해 “생태전환의 시대에 곤충과 공존과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은 앞으로 다 같이 고민해야 할 숙제이다”고 강조한다.
또한 요즘 곤충을 좋아해 키우거나 야외에서 관찰하기를 즐기는 곤충동호인, ‘곤덕’(곤충덕후)들이 늘고 있다. 밤중에 불빛을 보고 날아든 곤충들을 보며 ‘곤멍’을 즐기고, 연구자들에게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종 메뚜기 등 정보를 제공한다. 독자 스스로 25개 항목의 ‘곤덕 체크리스트’를 이용해 곤충에 대한 관심도를 측정할 수 있다. 책을 덮을 때면 곤충들이 ‘작지만 소중한 생명체’로 새롭게 다가온다. 곤충학자의 바람은 ‘시민과학문화 정착’이다.
“지식의 바탕에 생명체에 대한 애정(Biophilia)이 있으면 좋겠다. 곤충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과 소소한 탐구의 즐거움을 나누는 시민과학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한국경제신문·1만8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곤충은 동식물을 먹고 사체를 분해하고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새나 개구리 등 더 큰 동물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꽃가루받이를 도와 생물다양성 증진에 이바지한다.”
저자는 신간을 통해 “곤충은 타고난 본성대로 살 뿐 죄가 없다”, “모든 곤충은 독특하고 특별한 생명체이며 사라져야 마땅한 곤충은 없다”고 말한다. 젊은 곤충학자가 크게 7개 장(章)으로 나눠 들려주는 ‘마이크로 코스모스’(소우주)의 세계는 새롭고 매력적이다. 집게벌레를 직접 키우며 관찰하고 기록하는 저자의 어린 시절을 비롯해 곤충의 이름유래, 곤충학계를 빛낸 인물들 간의 가상 대담, 곤충학자의 일상, 해외 곤충연구자 교류에 이르기까지 학술용어가 아닌 일상의 언어로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누에-꿀벌, 곤충학자(석주명-조복성), 곤충학계를 빛낸 ‘충인’(蟲人)간에 이야기를 주고받는 4장 ‘티키타카’가 단연 돋보인다. 신사임당(1504~1551)과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1647~1717)은 시공간을 달리했지만 ‘초충도’(草蟲圖)라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나비를 연구한 석주명(1908~1950)과 하늘소 등 곤충을 연구하며 후학을 양성한 조복성(1905~1971)은 한국 곤충학의 토대를 다진 1세대 곤충학자였다.
곤충의 존재는 6번째 대멸종 위기에 놓인 인류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무엇보다 저자는 닻무늬길앞잡이와 청풍장님좀먼지벌레 등 서식지 파괴와 기후변화로 사라져가는 곤충들을 통해 “생태전환의 시대에 곤충과 공존과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은 앞으로 다 같이 고민해야 할 숙제이다”고 강조한다.
또한 요즘 곤충을 좋아해 키우거나 야외에서 관찰하기를 즐기는 곤충동호인, ‘곤덕’(곤충덕후)들이 늘고 있다. 밤중에 불빛을 보고 날아든 곤충들을 보며 ‘곤멍’을 즐기고, 연구자들에게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종 메뚜기 등 정보를 제공한다. 독자 스스로 25개 항목의 ‘곤덕 체크리스트’를 이용해 곤충에 대한 관심도를 측정할 수 있다. 책을 덮을 때면 곤충들이 ‘작지만 소중한 생명체’로 새롭게 다가온다. 곤충학자의 바람은 ‘시민과학문화 정착’이다.
“지식의 바탕에 생명체에 대한 애정(Biophilia)이 있으면 좋겠다. 곤충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과 소소한 탐구의 즐거움을 나누는 시민과학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한국경제신문·1만8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