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꽃꽂이 인생 반추…힐링의 시간 함께 해요”
2024년 05월 08일(수) 19:15
‘특별한 팔순잔치’ 여는 윤숙일 밀알꽃꽂이연구회장
광주의 꽃꽂이 연구 1세대…후학 양성 등 ‘영원한 현역’
‘꽃꽂이 인생 작품전’ 11~12일 라마다플라자 충장호텔

윤숙일 밀알꽃꽂이연구회장.

“여고 선배의 화원에서 처음 꽃꽂이를 접한 게 엊그제 같은 데 벌써 55년이 흘렀네요. 그때 제 나이가 24살이었어요. 결혼 후 소일거리를 찾다 시작한 꽃과의 인연이 평생 이어지다니, 정말 운명인 것 같아요.”(웃음)

광주 꽃꽂이계의 대모로 불리는 윤숙일(79) 밀알꽃꽂이연구회장이 가정의 달에 맞춰 오는 11~12일 라마다플라자 충장호텔 13층에서 뜻깊은 팔순 행사를 갖는다. 팔순을 앞두고 ‘꽃꽂이 연구가’로서의 55년의 삶을 되돌아 보는 ‘윤숙일 꽃꽂이 인생작품전’이 그것으로, 지난 2014년에 이어 10년만에 여는 자신의 18번째 전시회이기도 하다.

윤 회장은 ‘꽃꽂이’라는 장르가 생소했던 1969년 ‘밀알화원’이란 간판을 달고 지역에 생활 속의 꽃예술을 탄생시킨 1세대 꽃꽂이 연구가다. 꽃꽂이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직업으로 삼기 위해 7년간 광주와 서울을 매주 한주도 빠짐없이 야간열차를 타고 권위자인 스승 조재선 회장으로부터 꽃꽂이를 배웠다. 밤 11시에 기차를 타면 다음날 새벽 5시 서울역에 도착하는 녹록치 않은 과정이었지만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던 날을 제외하면 거의 빠지지 않고 공부에 매진했다.

7년간의 열정 끝에 자격증을 딴 후 광주 도심에 문을 연 윤 회장의 ‘밀알화원’은 꽃꽂이를 배우려는 수강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윤 회장의 화원을 거쳐간 제자들은 수천명에 이르며, 이가운데 일부는 화원을 운영하거나 꽃꽂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1974년 광주·전남 최초로 전일미술관(현 전일빌딩 245)에서 개최한 ‘제1회 꽃꽂이 작품전’은 전국에서도 관람객들이 방문할 만큼 화제가 됐다.

“이번 전시는 제목 그대로 저의 꽃꽂이 인생을 반추하는 자리예요. 동양, 서양, 유러피언 꽃꽂이 가운데 인위적인 아름다움 보다는 자연스러운 미를 추구하는 동양 꽃꽂이를 선호해서 항아리와 야생화 등을 소재로 한 작품 5점과 제자들의 41점이 함께 출품될 예정입니다. 지난 55년 동안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며 변화해온 한국 꽃꽂이를 관람하면서 행복과 힐링의 시간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팔순을 앞둔 나이에도 윤 회장은 여전히 작품활동과 후학 양성을 게을리 하지 않은 ‘영원한 현역’이다. 광주 지역 꽃꽂이 연구가 1세대 답게 친목단체로 불렸던 꽃꽂이협회를 지난 2005년 (사)광주광역시 꽃예술작가협회를 발족해 위상을 높였으며 2008년 지역출신으로 (사)한국플라워협회디자인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윤 회장은 “평생 아름다운 꽃들과 함께 해 행복하다”면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아름다운 꽃예술을 많은 이에게 전수해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밀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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