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함께 - 최권일 정치총괄본부장
2024년 05월 07일(화) 21:30
“과반수 의석을 주고, 대통령을 만들어 준 지지층이 누구입니까? 국민의 손을 잡고 반걸음만 앞서 나가십시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2006년 새해에 자택을 방문한 열린우리당 지도부에게 한 조언이다. 열린우리당이 17대 총선에서 152석의 거대 여당이 돼 각종 개혁 정책을 추진할 때다. DJ는 국민 의사를 수렴하는 데 정부와 여당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자서전에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게 겸손하라 일렀다. 국민에게 배우고 국민과 같이 가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그해 5월에 열린 제4회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크게 패했고 2년 뒤에는 보수정당에 정권도 빼앗기는 아픔을 겪었다.

18대 총선에서도 통합민주당으로 81석을 얻는 데 그치는 등 2006년 이후 전국 선거에서 내리 3연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DJ는 생전에 “어떤 행태로든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은 ‘국민과 함께’라는 엄숙한 원칙을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대 정치는 국민을 무시하고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민심보다 앞서 뛰거나, 뒤처져 낙오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4월 10일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뼈아픈 패배를 했다. 대선에 승리하고 제8회 지방선거에서도 압승했지만 국민은 이번 총선에서 매서운 심판을 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불통’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던 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하고 9일에는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연다고 한다. 취임 100일 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이 국민과 어떤 소통을 해나갈지는 본인의 몫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번 총선 승리에 취해 자만에 빠져서는 안된다. 의석수는 이겼지만 전국 득표율로만 따지면 5.4% 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아서다.

22대 국회가 오는 30일 개원한다. 거대 야당이 된 민주당이 선명성을 앞세워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이 과정에 국민이 소외돼서는 안된다. 정부나 여야 할 것 없이 국민으로부터 고립된 뜀박질은 실패를 향한 돌진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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