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명작의 탄생 - 이광표 지음
2024년 05월 03일(금) 18:00 가가
명작은 그 나름의 ‘스토리’가 있다
‘모나리자’,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세한도’, ‘국보 금동반가사유상’, ‘백자 달항아리’….
열거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시대와 배경, 장르는 다르지만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예술작품이다. 한마디로 ‘명작’이다. 명작의 사전적 의미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훌륭한 작품”을 일컫는다.
명작은 어떻게 탄생할까. 그리고 사람들은 왜 명작을 좋아할까. 간단히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컬렉션뿐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명작은 여러 요인들이 복잡하게 작용한다. 분명한 것은 명작에는 그 나름의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스캔들’이라 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서사’라고 말할 수 있다.
‘모나리자 집단’이라는 말이 있다. 루브르박물관을 방문해 ‘모나리자’만을 감상하고 전시실을 떠나는 이들을 말한다. 방문객 25% 가량이 ‘모나리자’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쓴다.
그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모나리자’를 패러디한다. 수염을 긴 모나리자, 담배를 피우는 모나리자 등등.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는 ‘모나리자’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밀로의 비너스’와의 경쟁이 벌어졌을 때 당대 유명 문인들이 ‘모나리자’를 선택했고, 1911년 발생한 도난 사건 등도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신비한 모나리자의 고품격 미소, 도난 이후에 전개된 대중화는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를 했다.
‘명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의 저자 이광표 서원대 교수의 ‘명작의 탄생’은 예술 속 빛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일간지 문화유산 담당기자로 일했으며 ‘재밌어서 밤새 읽는 국보 이야기’, ‘손 안의 박물관’ 등을 펴낸 바 있다.
책은 예술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비롯해 시대의 금기, 역사 속 흥미로운 명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앞서 거론했던 작품 외에도 정약용의 글씨, 신라 토우, 광화문 이충무공 동상, 신라 얼굴무늬 수막새 등도 만날 수 있다.
국새와 어보는 치욕의 역사를 품고 명작이 된 경우다. 지난 2019년 국내로 돌아온 ‘대군주보’는 조선 말(1882년) 격변기에 제작됐다. 재미교포가 1990년대 경매에서 구입해 문화재청에 기증했고 2021년 보물로 지정됐다.
대군주보가 제작되던 시기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맞물려 새로운 국가 상징물이 필요했던 때다. 당시 국새 6점이 제작됐는데 여기에는 고종의 꿈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돌아온 대군주보에는 ‘W B. Tom’이라는 영문이 새겨져 있었다. 미국인이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명백히 ‘치욕의 상처’에 다름 아니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 소장품이다. 베르메르는 델프트라는 작은 운하도시에 거주하며 그림을 그렸다. 안타깝게도 그는 43세의 나이에 부인과 10명이나 되는 자식을 남겨두고 죽는다. 지금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가 되었지만 당시에 그는 존재감이 없었다. 19세기에 이르러 그를 연구하면서 그림들이 발굴되었다.
결정적으로 메이헤른이라는 화상 겸 화가가 그린 가짜 그림은 베르메르의 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1932년부터 메이헤른은 베르메르 아이템은 물론 비평가 평가 등을 참고하며 그림을 그렸다. ‘엠마오의 그리스도와 제자들’ 같은 동일한 제목의 작품도 선보였다. 이후 나치 2인자 헤르만 괴링이 사들인 작품 11점도 가짜로 확인됐는데 “나치를 제대로 조롱한 셈”이 됐다. 이런저런 소동을 거치며 베르메르 이름은 일반인들에게 또렷하게 각인되었다.
저자는 말한다. 명작 스토리 유형은 다양한데 일테면 숨겨진 매력과 가치, 사건과 사고, 논란과 정치적 편견, 작품 수용 과정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스토리를 단순한 가십이나 스캔들로 치부해버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그 가십과 스캔들이 축적되면 어느 순간부터 그 작품의 중요한 미학으로 자리 잡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암사·2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열거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시대와 배경, 장르는 다르지만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예술작품이다. 한마디로 ‘명작’이다. 명작의 사전적 의미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훌륭한 작품”을 일컫는다.
‘모나리자 집단’이라는 말이 있다. 루브르박물관을 방문해 ‘모나리자’만을 감상하고 전시실을 떠나는 이들을 말한다. 방문객 25% 가량이 ‘모나리자’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쓴다.
책은 예술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비롯해 시대의 금기, 역사 속 흥미로운 명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앞서 거론했던 작품 외에도 정약용의 글씨, 신라 토우, 광화문 이충무공 동상, 신라 얼굴무늬 수막새 등도 만날 수 있다.
국새와 어보는 치욕의 역사를 품고 명작이 된 경우다. 지난 2019년 국내로 돌아온 ‘대군주보’는 조선 말(1882년) 격변기에 제작됐다. 재미교포가 1990년대 경매에서 구입해 문화재청에 기증했고 2021년 보물로 지정됐다.
대군주보가 제작되던 시기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맞물려 새로운 국가 상징물이 필요했던 때다. 당시 국새 6점이 제작됐는데 여기에는 고종의 꿈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돌아온 대군주보에는 ‘W B. Tom’이라는 영문이 새겨져 있었다. 미국인이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명백히 ‘치욕의 상처’에 다름 아니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 소장품이다. 베르메르는 델프트라는 작은 운하도시에 거주하며 그림을 그렸다. 안타깝게도 그는 43세의 나이에 부인과 10명이나 되는 자식을 남겨두고 죽는다. 지금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가 되었지만 당시에 그는 존재감이 없었다. 19세기에 이르러 그를 연구하면서 그림들이 발굴되었다.
결정적으로 메이헤른이라는 화상 겸 화가가 그린 가짜 그림은 베르메르의 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1932년부터 메이헤른은 베르메르 아이템은 물론 비평가 평가 등을 참고하며 그림을 그렸다. ‘엠마오의 그리스도와 제자들’ 같은 동일한 제목의 작품도 선보였다. 이후 나치 2인자 헤르만 괴링이 사들인 작품 11점도 가짜로 확인됐는데 “나치를 제대로 조롱한 셈”이 됐다. 이런저런 소동을 거치며 베르메르 이름은 일반인들에게 또렷하게 각인되었다.
저자는 말한다. 명작 스토리 유형은 다양한데 일테면 숨겨진 매력과 가치, 사건과 사고, 논란과 정치적 편견, 작품 수용 과정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스토리를 단순한 가십이나 스캔들로 치부해버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그 가십과 스캔들이 축적되면 어느 순간부터 그 작품의 중요한 미학으로 자리 잡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암사·2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