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다이어트 - 채희종 정치·사회담당 편집국장
2024년 05월 02일(목) 22:00
비만은 음식을 많이 먹거나 게으른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개인의 잘못된 생활양식이 원인이라고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물론 과식하거나 활동량이 적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비만이 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6년 비만을 치료해야 할 질병이자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발표했다. 비만은 한 개인의 신체 문제를 넘어 세계인 대다수가 앓고 있는 현대병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비만을 개인의 일탈(?)이라기 보다는 사회 문제이자 환경 문제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표적인 것이 ‘빈곤한 만찬’의 저자로 유명한 프랑스 농공학자 피에르 베일의 주장이다. 그는 비만의 근본 원인이 사회적 환경에 있음을 설득력있는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즉 다이어트는 개인이 칼로리를 줄이는 노력을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애리조나주와 뉴멕시코주 사이에서 수렵 채집인으로 살았던 아메리카 인디언 피마족은 백인 군대에 발견되면서 식민지가 됐다.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살게 된 피마족은 구호물품이 있어 고생을 하지 않아도 굶지 않게 됐다. 그러나 식량이 충분한 환경 변화는 성인의 75%가 비만이나 당뇨병 환자가 되는 현대 문명병을 가져 왔다.

이제 음식재료에서 비만의 원인을 찾아보자. 풀을 먹고 자란 소와 옥수수 사료를 먹고 자란 소의 살코기는 같을까? 풀을 먹고 자란 소의 살코기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많다. 오메가3는 지방세포가 커지지 않게 막는 물질이다. 반면 옥수수 사료를 먹고 자란 소의 살코기에는 ‘오메가6’ 지방산이 많은데, 이는 지방세포를 키우는 성분이다. 심지어 야채도 햇볕아래 자란 것과 비닐하우스에서 인공비료로 키운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이쯤이면 다이어트는 개인이 식습관을 바꾸는 것보다 비만과 관련된 사회 전반의 환경과 식재료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가가 1년여 이상 상승하고 있다. 특히 다이어트에 좋다는 과일과 채소 값은 그야말로 금값이다. 고물가 탓에 제대로 먹지 못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유머까지 나오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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