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거 다 있는’ 전통시장, 활성화 묘책만 없네
2024년 04월 22일(월) 20:05
광주 1913송정역시장·대인시장 등 예산 투입때만 ‘반짝 특수’
전문가들 “새로운 볼거리·먹거리 등 콘텐츠 없이 일회성 그쳐”

문이 닫힌 광주시 동구 대인시장 내 한 상점에 22일 점포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된 대인시장의 공실율이 33.9%로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현배 기자choi@kwangju.co.kr

광주지역 일부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 ‘반짝 활기를 띄었다’가 지원이 끊기면 침체를 반복하고 있다.

22일 광주시 동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7.5%였던 대인시장 공실율은 2022년 18.6%, 2023년 26.9%로 꾸준히 증가했다. 결국 올 현재까지 총 289점포 중 3분의 1인 98곳이 문을 닫았다.

광주지역 전통시장 활성화 성공사례로 꼽히는 대인시장마저 상인들은 ‘야시장 행사’ 때만 잠깐 사람이 몰릴 뿐 행사가 끝나면 발길이 끊기고 있다.

침체 일로였던 대인시장은 2009년부터 예술을 주제로 한 야시장 운영을 시작하면서 전국적인 명소로 발돋움했다. 2022년부터는 ‘남도달밤야시장’을 개최하며 주목을 받았다.

2013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어 예술인 지원사업 등 17억원을 지원받았고, 2021년엔 ‘제5차 상권 르네상스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공모인 2024년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사업의 ‘문화관광형시장 육성’ 부문에 선정돼 최대 사업비 10억 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광주일보 취재진이 방문한 22일 오후 2시께 대인시장은 한 낮임에도 대다수의 가게가 문을 닫아 어두컴컴했고, 몇몇 상인들만 오갈 뿐 손님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시장 천장엔 지난해 열린 남도달밤야시장 현수막이 빛 바랜 채 여전히 매달려있었다.

상인들은 “대인시장은 허울뿐인 야시장밖에 없다”며 자조했다.

전통과자를 팔고있는 박찬식(52)씨는 “오후 2시가 넘도록 마수걸이도 못했다. 평일에는 5만원 벌기도 어렵다”며 “시장 상인들조차 ‘대인시장은 야시장 아니었으면 진작에 없어져야 했을 곳’이라고 말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인시장에서 10년째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나상길(59)씨는 “관광객들이 야시장 명성을 듣고 대인시장에 와도 가게 대부분이 문을 닫아 당황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야시장 이후에는 시장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으니 소용이 없다”고 토로했다.

단발성 행사에 의존하는 것은 광주시 광산구에 위치한 ‘1913송정역시장’도 마찬가지다.

2016년 4월 현대카드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통해 재개장한 1913송정역시장은 한때 하루 평균 7000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뤘지만, 지원사업 종료와 코로나 여파 등으로 다시 침체됐다.

각종 지원 사업 등으로 하루 최대 1만명이 송정역시장을 찾기도 했지만 상인들은 매번 반짝 효과에 그쳤다고 전했다.

1913송정역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손님이 꾸준이 유입될 수 있도록 송정역 시장만의 특색을 개발하고 새로운 볼거리, 먹거리 등 콘텐츠를 계속 개발해야 하는데 일회성 행사만 반복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충남 예산군의 예산시장처럼 장터광장을 조성하거나 상설야시장을 여는 등 지속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광산구, 상권르네상스 사업단 등과 논의했지만 예산의 한계와 여러 규제 탓에 모두 좌초됐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동반되지 않은 활성화는 일회성에 그칠 뿐이라고 지적한다.

광주시 북구 운암시장은 한 2017년 ‘맛있는 운암시장’이라는 콘셉트로 5억 2000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지만 효과가 크지 않아 결국 상인들이 시장을 없애고 주상복합건물로 재개발을 추진중이다.

오주섭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지금까지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됐지만 활성화에 성공한 광주 지역 전통시장은 전무하다”면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분석과 계획을 통해 전통시장만의 특색있는 콘텐츠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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