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각형 인간 - 최권일 정치총괄본부장
2024년 03월 26일(화) 21:30 가가
최근 한국을 찾은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 소속 오타니 쇼헤이로 인해 ‘육각형 인간’ 신드롬이 회자되고 있다. 육각형 인간은 외모와 성격, 학력, 집안, 직업, 자산 등 여섯 개 축의 육각형 그래프가 완벽을 이룬 것으로, 어디 하나 부족하지 않은 완벽형 인간을 뜻하는 신조어다. 어떤 대상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비교 분석하고자 할 때 기준 축이 꽉 차 완벽한 모습을 보이면 정육각형이 된다. 그래서 육각형을 종종 완벽의 의미로 쓴다. 보통 기업이나 스포츠 구단이 직원이나 선수들에 대한 실적(성적)·능력 등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육각형의 헥사곤 그래프에서 비롯됐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팀이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올해의 주요 트렌드로 꼽으며 화제가 됐다. 한국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들이 모든 측면에서 완벽한 육각형 인간을 선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오타니 열풍도 이런 완벽한 인간을 갈망하는 것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육각형 인간의 등장 배경에는 불편한 이유도 있다. 신분 상승의 한계성과 외모와 성격, 집안 등 ‘넘사벽’ 조건에 대한 방어기제로 육각형 인간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흙수저’ 성공 신화는 더는 현실이 아니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완벽을 추구하는 청년들의 슬픈 자화상을 반영한 신조어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육각형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육각형 정치인은 청렴과 도덕성, 정치적 소신, 균형감각, 정치적·정책적 비전 제시, 민심을 헤아리는 폭넓은 소통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정당의 공천 과정을 보면 이런 육각형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당에서는 ‘친명’(친 이재명), 국민의힘은 ‘친윤’(친 윤석열)과 ‘친한’(친 한동훈)이 우선시되면서 각종 잡음이 일었다.
과연 완벽한 정치인들을 공천했는지 양 당에 묻고 싶다. 공천은 끝났고 총선은 보름여밖에 남지 않았다. 4월 10일 당선된 후보자들은 향후 4년간 특정인에 대한 충성이 아닌 국민을 살피고 청렴과 도덕, 정치적 소신을 지켜나가는 육각형 정치인이 되기 위해 매진해줬으면 한다.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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