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어느 경제학자의 유쾌하고 뭉클한 ‘인문학 수업’
2024년 03월 26일(화) 18:45
시인인 보성 출신 이경재 전주대 교수 ‘시가 내 인생에 들어왔다’ 펴내
대학교수이자 시인, 아동문학가, 시조시인 등 다양한 직함으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가 있다. 보성 출신 이경재 전주대 경영대학장이 주인공.

최근 이 교수가 ‘시가 내 인생에 들어왔다’(사우)를 펴냈다.

평소 그는 “경제학자이자 시인으로서 시를 경영, 경제, 보험, 치유, 행복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해 연구하고 강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시를 읽고 쓰기 시작한 것은 “학생들에게 전공과목을 더 재미있게 강의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시 쓰는 경제학자의 유쾌하고 뭉클한 인문학 수업’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번 책은 시와 인문이 결합된 책이다.

저자는 “시를 쓰면 사고가 유연해지고 이리저리 응용하는 능력이 향상된다”며 “창의성이란 다르게 생각하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인데 그 힘은 이질적인 것들을 연결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즉 사고의 틀을 넓혀 전혀 연관이 없는 ‘이것’과 ‘저것’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일이다. 이번 책이 에세이집이면서 인문서적이며 자기계발서로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시(詩)와 함께하는 치유와 행복의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해왔던 대중강연을 이번 책에 갈무리했다.

이경재 교수
저가가 쓴 시와 그 시와 연관된 내용을 의미있게 풀어내기 위해 예로 든 다른 시인들의 시를 만날 수 있다. 책에는 51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각각 시에 대한 저자의 단상은 인문학자의 정갈함과 시인의 감성언어가 절묘하게 뒤섞여 있어 읽는 맛을 선사한다.

‘항복하면 행복해요’라는 작품은 미소를 짓게 한다. “친구 단체 대화방에/ 새해 인사를 남겼다/ 새해엔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라고// 아뿔싸/ 보내놓고 보니 오타가 있었다 얼른/ “항복 말고 행복이요 ㅎ”/ 라며 다시 카톡을 보냈다…”

시는 새해 인사를 나누는 단체 대화방에서 나눈 해프닝을 다루고 있다. ‘행복’을 ‘항복’으로 잘 못 쓴 글자가 시적 성찰로 이어진 사례다. 저자는 정유경 시인의 시 ‘지는 해’를 매개로 ‘지는 것’의 지혜를 이야기한다.

“친구랑 싸워 진 날 저녁/ 지는 해를 보았네/ 나는 분한데/ 붉게/ 지는 해는 아름다웠네/ 지는 해는 왜/ 아름답냐?”(‘까만 밤’, 창비)

저자는 “이번 책은 시작 노트와 함께 시작법을 곁들인 시를 통해 창의력을 증진하거나 시를 써보고 싶은 분들게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시를 감상하며 혹은 시작 노트를 엿보며 자연스럽게 시를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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