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1 - 김지을 정치부 부장
2024년 03월 26일(화) 00:00
‘1등급 한우 간판도 1번, 나도 1번’, ‘젓가락도 1번, 1번 XXX’, ‘전봇대도 1번’, ‘가로등도 1번’. 더불어민주당 서울지역 한 후보는 일상의 길고 반듯하게 생긴 물건을 찾아다니며 번호 1번을 홍보하는 쇼츠(Shorts·짧은 동영상)를 올리며 선거운동을 한다.

겸연쩍은 듯 미소를 지으며 만든 영상을 보면서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기시감이 떠올랐다. MBC가 지난 2월 일기예보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표시하는 숫자 ‘1’을 커다란 파란색 그래픽으로 내보낸 뉴스를 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진지한 반응을 다룬 보도였다.

한 위원장은 “MBC에서 일기예보를 통해 민주당의 선거운동성 방송을 했다”며 “선을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상캐스터가 2월 초미세먼지 농도 1㎍/㎥이 관측되는 건 드문 일이라는 점을 부각하려 “지금 제 옆에는 키보다 더 큰 1이 있다. 1, 오늘 서울은 1이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1까지 떨어졌다”고 말하면서 민주당 상징색과 기호를 홍보했다는 주장을 폈다. 일기예보가 표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선거운동이라는 것이다.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했지만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법정 제재를 예고했다. 야권과 온라인 등에서도 기상천외한 반응이 잇따랐다. “KBS 1TV 1도 파란색이다, 빨간색으로 바꿔라”, “사진 찍을때 손가락 2개를 펴 ‘브이’를 그리면 모두 국민의힘 선거운동원인가” 등의 비판이 나왔다. ‘선거 기간 내 (일상의) 빨간색, 파란색 모두 금지해라’는 글도 올라왔다. 총선을 앞둔 ‘색깔 신경전’, ‘숫자 신경전’ 아닌가.

자신의 견해가 옳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는 적극적으로 찾으려 하는 반면, 자신의 견해를 반박하는 증거는 찾으려 하지 않거나 무시하는 경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한국사회및성격심리학회가 ‘2024년 가장 주목해야 할 사회 심리 현상’으로 꼽은 주제이기도 하다. 극복 방안도 있다.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견해와는 상반된 정보를 찾으려고 애써보라는 것이다. 처방이 내려졌는데도 변하지 않는 걸 보면 정치권의 확증편향이 가장 심한것 같다.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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