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의 수난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4년 03월 25일(월) 00:00
순천 송광사 국사전(國師殿)에 있는 16조사 진영(十六祖師眞影, 보물 1043호)은 조선 중기 불교 초상화 기법을 알려주는 걸작이다. 16조사 진영은 보조국사 지눌(1158~1210)을 비롯해 송광사를 중심으로 고려 후기에 활약한 고승 16명을 그린 초상화 16점이다. 비단 바탕에 채색한 초상화들은 정조 4년(1780)에 국사전에 봉안됐다. 1990년 16점이 일괄 보물로 지정됐으나 13조사 진영은 1995년 1월 도난당해 행방이 묘연하다. 현재 보조·진각·정혜국사 영정 3점만 남아 있다.

불교계에서는 도난당한 사찰 문화재가 워낙 많다보니 ‘불교문화재 도난백서’를 출간하는 등 환수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도난 문화재는 모두 3만885점에 달한다. 그림, 공예·조각품, 고문서, 민속자료 등 ‘비지정 문화재’가 2만8431점(92%)으로 도난 문화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도난 문화재 가운데 회수한 문화재는 모두 6744점으로, 회수 비율은 22%에 그쳤다. 도난이나 도굴당한 문화재를 되찾는 비율이 10점 가운데 2점꼴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93건에 달하는 도굴이다. 도굴의 특성상 피해 문화재가 회수되기 전까지는 도굴 점수를 파악할 수 없다. 절도범들은 훔친 문화재를 수십년 은닉했다가 은밀하게 거래하고 해외로 빼돌리기도 한다. 문화재청과 사법당국이 추적하기 어려운 이유다. 2020년 국내 경매시장에 등장한 ‘몽산화상법어약록’(蒙山和尙法語略錄, 보물 제767-2호)은 특이한 케이스다. 1993년 이전에 도둑맞은 장물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이를 낙찰받은 한글박물관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조선시대 학자인 미암(眉巖) 유희춘(1513∼1577) 선생의 문집을 찍어낸 목판(총 402판) 2점이 최근 고향 담양으로 돌아왔다. 1982년 도난당한 6점 가운데 이번에 회수된 2점은 미암박물관 관계자가 2014년 전남대박물관 소장품을 조사하다 우연히 발견했다고 한다. 나머지 4점은 아직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유희춘 선생의 문집 목판과 국내 도난 문화재들이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 자리로 돌아감)될 날을 고대한다.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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