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까지? -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2024년 03월 22일(금) 00:00
세상사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살다보면 말이나 행동이 생각과 다르게 사건의 파장을 키우기도 하고, 의도와 달리 정 반대의 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비판하기 위해 독특한 실험을 고안했다. 하나의 상자 안에 고양이와 방사성 물질 그리고 방사성 물질의 붕괴를 감지하면 독가스를 방출하는 기계를 넣는다고 가정해 보자. 방사성 물질이 붕괴되면 독가스가 방출되어 고양이는 죽고, 그렇지 않으면 살아있게 된다. 방사성 물질은 붕괴된 상태와 붕괴되지 않은 상태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상자를 열고 확인하기 전까지 고양이는 죽거나 살아있는 상태가 공존하게 된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관측하기 전까지는 확률로밖에 계산할 수가 없으며 가능한 서로 다른 상태가 동시에 존재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양자역학을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실험이 되고 말았다.

뜻밖의 결과가 나오는 예는 스포츠와 영화의 세계에서도 찾을 수 있다. 1984년 프로야구 삼성은 OB를 피하려고 롯데에 져주기 경기를 했다가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고, 카타르 월드컵 축구에서 스페인은 16강전에 크로아티아를 피하려 일본과의 경기를 소홀히 했다가 모로코에 덜미를 잡혀 일찌감치 짐을 싸야 했다. 일제강점기 쇠말뚝을 재조명한 ‘파묘’가 천만 영화를 향해 질주하는 이유는 작품성도 뛰어나지만 “반일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보수 영화인들의 ‘띄우기(?)’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도주대사’라 조롱당하는 이종섭 호주 대사가 어제 귀국했다.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다. 출국 금지된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대사로 부임한 과정은 ‘조폭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지난 10일 신임장 사본을 들고 황급히 출국하려다 인천공항에서 취재진이 따라붙자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진다. 윤 대통령이 장관급 인사를 차관보급까지 낮춰 대사로 보낸 까닭은 뭘까. 왜 수사중인 범죄 피의자를 해외로 보냈을까. 총선을 앞두고.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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