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4년 03월 21일(목) 00:00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심이 많기는 많은 모양이다. ‘그래서, 산티아고’의 저자 박응렬 전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을 인터뷰하고 난 후 1주일 만에 4명에게서 산티아고 이야기를 들었으니 말이다.

먼저 한 행사장에서 만난 50대 여성 A씨. 2년 전쯤 알게 된 그는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서는 해마다 홀로 배낭여행을 떠난다. 첫 만남에서 남미에 다녀왔다는 말에 부러워했는데, 이번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고 했다.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만을 전하려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싫어 홀로 묵묵히 800㎞의 길을 걸었고, 그 길 위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며칠 후 만난 B씨. 작은 사업을 하는 그는 15년 가까이 해오던 일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했다.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볼까 생각중인데 어느 날 훌쩍 떠날 수도 있다며 웃었다. 내년이 정년인 C씨는 좀 다른 경우다. 홀로가 아닌, 절친들과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좋은 추억을 쌓고 싶다고 했다.

예수의 제자인 성 야고보를 기리기 위해 9세기부터 걷기 시작한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사람들은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연금술사’의 파울로 코엘료, ‘나는 걷는다’의 베르나르 올리비에, 서명숙 제주 올래 이사장도 산티아고 길 위에서 결심을 하고 새로운 삶을 개척했다.

정년퇴임 후 산티아고를 찾았던 박응렬 전 청장은 1년 후 아내와 함께 같은 길을 다시 걸었다. 그 길에서 보물 같은 삶의 지혜를 얻은 그는 산티아고 전도사가 됐고 ‘산티아고 학교’를 운영중이다. 30여명이 참여한 1기는 50~60대가 대다수로 최고령은 72세. 여성 비율이 70% 정도며 올해 출발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중인 사람도 3명이나 된다. 정년에 맞춰 떠날 계획을 갖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많은 이들의 ‘로망’인 산티아고 길을 걷지는 못하더라도, 길을 걸으며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걷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동네 산책도 좋고, 우리 동네 무돌길이나 빛고을 산들길을 완주해도 좋을 것 같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