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과오 -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4년 03월 13일(수) 22:00
중국에서는 유독 명암이 갈리는 유명한 정치인을 후임자가 공로와 과오, 즉 공과를 나눠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마오쩌둥은 29년간 소비에트연방을 이끈 스탈린에 대해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고 평가했는데, 이후 덩샤오핑이 1945년 6월 공산당 주석을 시작으로 1976년 9월까지 중국을 다스렸던 마오쩌둥을 똑같이 평가해 주목을 받았다.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공통점은 어지러운 시기 대의를 얻어 공산주의와 전체주의를 통해 새로운 국가 체제를 수립했고, 죽을 때까지 권력을 놓지 않고 독재를 했다는 점이다.

후임자 입장에서 보면 선임자들은 조금 다르지만 그들의 체제를 이어받거나 모방해 비슷한 방식으로 통치했다는 점에서 과오를 지나치게 부각할 수도, 그렇다고 공로만 이야기하기도 어렵자 우회적으로 과오가 있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선임자들의 잘못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컸기 때문에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어느 정도 비판하면서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리 했을 것이다.

최근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과가 거론되고 있다. 그와 건국 1세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개봉하고 서울에 기념관을 건립하는 방안도 논의되는 등 다시 회자되고 있다. 어떤 이는 공팔과이(功八過二)라는 후한 평까지 내놓고 있다. 사실 이승만의 행적에 대한 평가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고 그가 대한민국 건국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가 집권 과정에서 여러 잘못을 저질렀고 그 후에는 장기 집권을 위해 부정선거 등 법·제도를 사사로이 악용·남용해 4·19 혁명을 통해 하야하고 미국에서 생을 마쳤다는 점이다.

헌법에는 우리나라가 4·19 민주이념을 계승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를 정점으로 한 반민주 체제를 뒤엎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 시스템이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아무리 공로가 뛰어나다고 해도 독재와 장기 집권에 나서고 그것을 위해 행했던 온갖 잘못들을 미화할 수는 없다. 정치인의 공로를 치켜세우기보다 그의 과오를 면밀히 살펴 후대가 경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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