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횡재’ - 최권일 정치총괄본부장
2024년 03월 13일(수) 00:00 가가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과 언론계에서 정치 상황을 풍자하는 신조어가 만들어진다.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는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등의 신조어가 유행했다. 이번 총선에서 단연 눈에 띄는 신조어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평가한 ‘비명횡사, 친명횡재’다. 이는 친명(친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공천권을 거머쥐는 것에 비해, 비명(비 이재명)계 인사들이 공천에서 무더기 탈락하는 것을 비유하면서 생긴 말이다.
선거 때면 정당의 ‘공천 잡음’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이번 민주당 공천 결과는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석연치 않은 과정이 많았다. 경선 심사 이전부터 비명계 현역 의원 지역구에 대한 ‘친명 자객 공천’ 의혹과 비명계 현역 의원을 배제한 여론조사가 이뤄졌다. 또한 현역 평가 하위 20%와 10%에 해당하는 의원들 대다수가 비명계였다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이라고 주장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공천 시스템을 움직이는 인사들이 모두 ‘친명’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비명계 현역 의원 대다수는 현역 평가 하위 20%와 하위 10%의 덫에 걸리면서 경선에서 패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들은 경선에서 자신들의 득표율에서 20% 또는 30%를 감산하는 강력한 페널티를 극복하지 못하고 ‘횡사’했다. 박광온 전 원내대표와 박용진 의원 등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권리당원 투표와 여론조사에서 이기고도 감산으로 인해 결국 공천권을 따내지 못했다. 감산 탓에 민심·당심과 이반된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일부 비명계 인사들은 아예 경선도 해보지 못하고 ‘컷오프’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반면 친명계 현역 의원 대다수는 단수공천을, 일부 친명계 원외 인사들은 비명계 현역 의원들의 ‘감산 페널티’ 덕에 본선에 올랐다. 공천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횡사’한 현역 의원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횡재’한 인사들은 앞으로 당 대표만 바라보지 말고, 국민을 바라보고 챙기는 소신있는 정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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