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이란 전체 선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마음의 소질”
2024년 03월 10일(일) 15:25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 ‘영성 없는 진보’ 펴내

전남대 김상봉 교수

“영성이란 이성이 알지 못하는 신비로운 체험이 아니라 나와 전체가 하나라는 굳건한 믿음에 존립하는 것이다. 이 믿음은 이성이 증명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인식이 아니고 믿음이다.”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최근 ‘영성 없는 진보’를 펴냈다.

김 교수는 오늘날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은 무엇이며, 이에 대한 철학적 진단과 비판, 향후 가능성 등을 모색한다.

책은 지난해 경남대 K-민주주의연구소 개소 기념 학술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던 글을 다듬어 엮은 것이다.

저자는 ‘비판에만 몰두하여 형성에 실패했다는 것’과 ‘영성을 잃었다는 것’에서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이 비롯됐다고 본다. 다시 말해 ‘타자의 비판이 한갓 타자의 부정에 머물러 적극적 자기 형성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의 의기의 본질이라고 본다.

저자는 영성이라는 근원에 대해 “정치적 당파성을 초월하는 것으로, 사실은 진보의 문제도 아니고 보수의 문제도 아니다”며 “그것은 정치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고 전체의 선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마음의 소질”이라고 전한다.

그러면서 영성은 결코 특정 종교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나와 전체가 하나라는 믿음”에서 연유하는 것인데, 달리 표현하면 타인의 고통을 나의 것으로 느낀다는 의미다.

책 제목 ‘영성 없는 진보’는 자기반성과 성찰의 표현이다. 평생을 진보 진영에 있었던 저자는 작금의 위기를 다른 진영의 위기로 보지 않는다. 또한 철학자의 시선은 진보라는 울타리에만 갇혀 있지도 않는다.

저자는 “조선 왕조가 썩은 흙담처럼 무너져 가던 시절, 동학이라는 새로운 믿음의 언어가 필요했던 것처럼, 국가가 아니라 민족 자체가 소멸의 위기에 처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절망적 현실을 초월할 수 있는 어떤 믿음”이라며 “새로운 믿음을 고대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역사의 시작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저자는 독일 마인츠 대학교에서 철학, 고전문헌학, 신학을 공부했으며 칸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문예아카데미 교장과 학벌없는 사회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남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호모 에티쿠스’,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 ‘철학의 헌정’,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등을 펴냈다./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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