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님’은 가라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4년 03월 05일(화) 21:30 가가
‘이모님’이라는 호칭이 친족이 아닌 일반 사람에게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쯤이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식당 여주인에게 학생들이 친밀함을 표현한 것이 일상화되면서 사회적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아줌마’를 대체한 배려 차원에서 나온 용어인데, 아줌마가 부모와 같은 항렬 친족 여성에게 사용하던 ‘아자미’에서 온 말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조금은 어색하고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개념에서 ‘이모~’가 대중에 안착한 데는 한국 사회의 모계화가 한몫했다. 이른바 X세대(1960년대와 1970년대 베이비붐 세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가 결혼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맞벌이가 보편화하면서 양육이 큰 문제가 됐다. 젊은 엄마는 시부모보다는 친정 엄마에게 손을 벌리는 게 마음 편했다. 그래서 친정 엄마를 중심으로 자매가 가까이 모여 사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 상황에서 아이들이 이모를 고모보다 더 친근하게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요즘은 맞벌이가 일상화하면서 육아나 가사가 힘들어 일명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는 세대가 훨씬 많아졌다. 법정 요건을 갖추고 고용부의 인증을 받은 정부인증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생겨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이르면 6월에는 서울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들여오는 시범사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서울 전역에 필리핀 가사도우미 100명을 우선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한데 여기서 육아나 가사를 돕는 이들의 호칭을 두고 논란이 되는 모양이다. 공식적으로는 ‘가사관리사’라고 칭하고 ‘관리사님’으로 불러야 하지만, 보통은 정작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이모님이나 여사님으로 불리고 있어서다. 고용노동부가 대국민 선호도 조사에 따라 이를 대신해 가사관리사라는 명칭을 쓰자고 제안하고, 호칭은 ‘관리사님’을 권고했지만 입에 익지 않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시대와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로운 어휘가 생기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모님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도 이모님 대신 ‘저기요~’를 선호한다고 하는데 이모님은 보내고 관리사님이라 부르는 게 맞지 않을까.
/김대성 제2사회부장 bigkim@kwangju.co.kr
시대와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로운 어휘가 생기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모님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도 이모님 대신 ‘저기요~’를 선호한다고 하는데 이모님은 보내고 관리사님이라 부르는 게 맞지 않을까.
/김대성 제2사회부장 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