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선거 - 최권일 정치총괄본부장
2024년 02월 28일(수) 00:00
4년 전인 21대 총선에서 순천 신대지구를 포함한 해룡면이 뜬금없이 기존 광양·곡성·구례 선거구로 편입돼 순천·광양·곡성·구례 을로 변경됐다. 광양시와 인접한 순천시 해룡면만 떼어 내 기존 선거구에 붙이는 경계 변경만 한 것이다. 총선을 불과 39일 남겨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해룡면 유권자 3만5000여명은 순천에 살면서 얼굴·이름도 잘 모르는 광양·곡성·구례 선거구 후보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깜깜이 선거’를 치러야만 했다. 후보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느닷없는 선거구 획정으로 전략 수정은 물론 지역별 주요 공약도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전남 일부 지역민들은 또다시 ‘깜깜이 선거’를 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총선을 40여 일 앞두고 있지만 여야 간 선거구 획정 협상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이번 총선에서 전남지역의 10개 의석수는 변함이 없지만 기존 선거구 중 4곳을 제외하고는 6곳이 모두 변경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이유로 광주 8개 선거구에 대한 경선 등 공천 작업을 마무리했지만 전남은 10개 선거구 중 단 한 곳만 단수 공천했을 뿐이다. 9곳은 여전히 누가 후보가 될지 ‘오리무중’이다. 해당 선거구 후보들과 유권자들의 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회의 지각 선거구 획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직전 21대 총선에서는 39일, 20대 총선에서는 42일, 19대 총선 때는 44일을 각각 앞두고 선거구 획정이 이뤄졌다. 이는 그동안 유권자와 인지도 낮은 정치 신인들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뜻으로 비친다. 선거구 획정은 일반적으로 주기적인 인구 조사결과에 따라 선거구 경계를 변경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지금은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방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전남은 더욱 그렇다. 인구수에 따른 강제적인 선거구 획정과 행정구역을 무시한 선거구 경계 변경만이 능사는 아니다. 심각한 인구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지역에 대한 배려와 유권자들이 유능한 후보를 뽑을 수 있는 선거구 획정 제도가 하루빨리 정착되어야 한다.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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