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쇼크 - 김지을 정치부 부장
2024년 02월 27일(화) 00:00
사과 값이 급등했다. 설 전 만 해도 한 개에 1만원짜리 사과가 나왔다는 보도도 접했다. 26일 국가·도시 비교 통계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서울의 사과 가격은 1㎏에 9044원으로 전 세계 90여개 국가 중 가장 비쌌다. 2년 전 국가 부도를 선언하면서 물가가 폭등한 스리랑카(8296원)보다 비싸다. ㎏당 바나나(4624원), 오렌지(7618원), 감자(5248원)도 우리나라가 가장 비쌌고 토마토(7166원)와 양파(3927원)는 2위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고물가는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기준 과일은 전년도 같은 달에 견줘 28.1%가 급등했다. 채소 가격은 1년 전보다 8.8%, 곡물 가격은 9.2%가 뛰었다. 외식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3% 올랐다. 이러니 식당 찾기가 무섭다. 소주 한 병에 7000원, 맥주 한 병에 8000원을 받는 식당도 나왔다.

놀랄만한 가격에 이른바 ‘스티커 쇼크’(sticker shock)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스티커 쇼크는 소비자가 비싼 가격표(sticker)를 보고 받는 충격(shock)을 뜻한다.

현 정부 들어 소비자물가지수가 급등해 2022년엔 전년 동월 대비 5.1%, 2023년엔 3.6% 올랐다. 먹을까 말까, 살까 말까 고민하고 지갑을 몇 번 만지작 거리는 일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생필품이 사치품이 됐는데,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빵 서기관’, ‘우유 사무관’ 등 각 부처 차관을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지정하면서까지 물가 잡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는 게 와닿을까.

‘민생’ 토론회를 돌고 ‘민생’ 현안 집중 등을 이유로 대통령이 국빈 방문을 취소하는 등 곳곳에서 ‘민생’이라는 말이 흘러넘치지만 공허하게 들린다.

다산 정약용은 식위정수(食爲政首)라고 했다. ‘국민을 먹여 살리는 일이 정치의 으뜸’ 이라는 얘기다. ‘민생’(일반 국민의 생활 및 생계)이 중요한 이유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보태주진 못할 망정 어설픈 물가대책으로 서민들 지갑 얇아지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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