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공의 29일 복귀 ‘통첩’… 의료계 반발 더 커지나
2024년 02월 26일(월) 20:00
미복귀자 사법처리 경고…전임의 집단행동 막기 위한 ‘초강수’
전남대병원·조선대병원 전공의 86% 사직서 제출 병원 떠나
전임의들 다음주부터 잇따라 재임용 포기… 의료붕괴 현실화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1만여명이 넘어선 가운데 26일 오전 광주 광산구 신창동의 한 일반병원이 아침부터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복귀 시한을 ‘29일까지’로 못 박는 초강수를 둠에 따라 행정·사법처리가 진행될 가능성과 함께, 의료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단체 사직해 의료현장의 혼란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오는 29일 복귀하라고 최후 통첩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이날까지 ‘복귀하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다음주 전임의들의 집단행동까지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는데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가 정한 기한이 지난 후 다음주부터는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한 고발조치 등 사법조치를 진행하고, 이들에 대한 면허 정지나 취소 조치를 하는 행정처리를 진행하겠다고 나선 점에서이다.

26일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단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이 오는 29일까지 복귀해 주기 바란다”면서 “이 때 까지 병원으로 돌아온다면 책임은 묻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며 “면허정지 처분은 그 사유가 기록에 남아 해외취업 등 이후 진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달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사직서 제출 전공의가 전체 전공의의 약 80.5% 수준인 1만 34명이며, 모두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광주·전남 전공의 사직률은 전국 평균보다 더 높다. 전남대병원 본원·분원에 근무하는 전공의 319명 중 28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조선대병원 전공의 142명 중 108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출근을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전남 상급병원인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전체 전공의 86%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전공의 의존 비율이 높은 현재 대학병원의 시스템 때문에 전공의들이 대거 병원을 이탈함에 따라 의료붕괴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전에서는 지난 23일 정오께 의식 장애를 겪던 80대 여성 A씨가 응급실 ‘전화 뺑뺑이’를 돌다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급차로 이송됐지만 ‘병상 없음’,‘전문의·의료진 부재’, ‘중환자 진료 불가’ 등 사유로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으며 50여분 만에야 대전의 한 대학병원(3차 의료기관)에 도착했지만 결국 숨졌다.

의료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29일을 전공의들에게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29일을 데드라인으로 정한 이유로 ‘전공의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보장한다’는 것을 들었지만, 의료계에서는 다음달 1일이 대학병원 전임의들의 재임용 시점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이 전임의들의 단체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이 인턴·레지던트 임용을 포기한 상황에서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들까지 병원을 떠나게 되면 겨우 버티던 의료현장이 아예 붕괴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전남대병원에서는 다음달 인턴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던 101명의 의과대학 졸업생 중 95명이 임용 포기서를 제출했고, 다음달 레지던트로 들어올 76명 중 62명의 인턴도 임용포기서를 제출했다.

조선대병원의 경우도 인턴으로 들어올 졸업생 36명 전원이 임용을 포기했고, 레지던트의 경우 37명의 인턴중 35명이 병원을 떠나기로 했다.

이 상황에서 전남대병원에 현재 근무중인 100여명의 전임의들 가운데 절반 가량이 임용 시점인 다음달 1일 개원과 재임용 포기 등의 사유를 밝히면서 총원이 50명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조선대병원에서는 다음달 1일 전임의 1년차 임용 예정자 14명 중 12명이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2년차를 맞는 전임의 19명중 15명이 개원을 하기로 해 4명만이 병원에 남기로 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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