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반환 - 채희종 정치·사회담당 편집국장
2024년 02월 23일(금) 00:00
친척이나 친구는 물론 심지어 그저 알고 지내는 정도의 사람일지라도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되면 사인이 무엇인지 궁금하기 마련이다.

러시아 현지에 남아있던 푸틴 대통령의 유일한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가 최근 교도소에서 죽음을 맞으면서 암살·은폐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러시아 당국이 수일째 사인을 조사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나빌니의 모친이 급기야 아들의 시신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5·18민주화운동 행불자의 가족들은 항쟁 발발 4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자식이 돌아오길, 만약 숨졌다면 유골이라도 찾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한다.

가족의 무사귀환이나 생사를 알고자 하는 간절한 기도에 신이 응답한 전설이나 신화는 여럿이 있다. 그 중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케익스와 알키오네’의 이야기는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그려 수많은 화가들에 의해 작품으로 탄생했다.

테살리아의 왕인 케익스는 알키오네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어느 해 나라에 여러 재앙이 나타나고 형제의 가족들이 숨지는 등 불안한 사건이 잇따르자 아폴론의 신탁을 받기 위해 두 달 가량의 뱃길을 떠난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극구 만류하면서 함께 떠나겠다는 알키오네를 간신히 떼놓은 케익스는 결국 폭풍을 만나 숨지고 만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알키오네를 부르던 케익스는 자신의 시신이 파도에 떠밀려가 아내의 손에 닿기를 기도한다.

남편이 죽은 줄 모르는 알키오네는 가정의 수호신인 헤라에게 매일 남편의 무사귀환을 기도한다. 그녀를 딱하게 여긴 헤라의 지시로 꿈의 신 모르페우스는 알키오네의 꿈속에 케익스의 모습으로 현신해 사망 사실을 알려준다. 바닷가에서 남편의 시신을 발견한 알키오네는 비통한 마음에 바닷가 절벽에서 몸을 던진다. 하지만 그 순간 신의 손길로 알키오네는 물총새로 변한다. 부부를 가엾게 여긴 신들이 남편도 같은 새로 환생시켜 줬다는 얘기다.

사망자의 시신을 가족에게 인도하는 것은 인간 사회의 기본 정서이다. 러시아는 즉각 나발니의 시신을 모친에게 인도해야 할 것이다.

/채희종 정치·사회담당 편집국장 chae@kwangju.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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