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와 패티김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4년 02월 22일(목) 00:00 가가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전화를 겁니다”로 시작되는 마종기 시인의 시 ‘전화’를 좋아한다. 몇년 전 미국에서 의사로 활동중인 그가 ‘평범한 사람’ 등 시 같은 가사를 쓰는 가수 루시드 폴과 서간집을 냈다는 소식에 궁금증이 일었다. 36년의 나이차를 뛰어넘은 두 사람의 편지가 담긴 ‘아주 사적인, 긴 만남’과 ‘사이의 거리 만큼, 그리운’을 읽으며 격의 없이 수많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이 부러웠다.
주일대사 등을 지낸 라종일 한양대 석좌교수와 10대 때부터 글쓰기로 유명했던 김현진의 서간집 ‘가장 사소한 구원’도 인상깊었던 책이다. 김 씨의 도발적 질문과 “그저 나이 많은 사람의 생각을 한번 들어보라”며 건네는 라 교수의 글에서 41살이라는 나이 차는 의미가 없다.
44년생 완도 출신 고(故) 황광수 문학평론가와 76년생 서울 출신 정여울 작가의 기록인 ‘마지막 왈츠’ 역시 오랜 우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세대를 넘어서는 아름다운 우정과 공감은 음악계에서도 만날 수 있다. 아마도 대표주자는 아이유일 듯하다. 그는 김창완이 피처링에 직접 참여한 ‘너의 의미’를 비롯해 이병우가 작곡한 양희은 곡 ‘가을아침’, 정미조의 ‘개여울’ 등을 불러 세대가 함께 즐길 노래를 만들어줬다.
며칠 전 발매된 아이유의 미니음반 ‘더 위닝’ 중 ‘쉬(Shh)’는 아이돌 뉴진스의 혜인과 좋아하는 밴드 롤러코스터의 조원선이 피처링했다. 더불어 30살의 아이유가 직접 편지로 참여를 부탁했다는 86살의 패티김이 내레이션을 했다.
각기 다른 세대의, 세 명의 가수 목소리에 이어지는 “모두가 다 아는, 그러나 또 모르는 그 이름은 Shh”라는 패티김의 내레이션은 인상적이다.
지난해 광주충장축제가 한창인 금남로 차 없는 거리를 걷다 한 장면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장기판을 가운데 두고 앉은 20대 청년과 70대 노인의 모습이다. 한 수 한 수를 고심하며 장기를 두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왠지 뭉클함을 느꼈다. 세대 단절이라는 말이 일상이 된 요즘, 볼 수 없는 풍경이어서 더 감동적이었던 모양이다.
/mekim@kwangju.co.kr
44년생 완도 출신 고(故) 황광수 문학평론가와 76년생 서울 출신 정여울 작가의 기록인 ‘마지막 왈츠’ 역시 오랜 우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각기 다른 세대의, 세 명의 가수 목소리에 이어지는 “모두가 다 아는, 그러나 또 모르는 그 이름은 Shh”라는 패티김의 내레이션은 인상적이다.
지난해 광주충장축제가 한창인 금남로 차 없는 거리를 걷다 한 장면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장기판을 가운데 두고 앉은 20대 청년과 70대 노인의 모습이다. 한 수 한 수를 고심하며 장기를 두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왠지 뭉클함을 느꼈다. 세대 단절이라는 말이 일상이 된 요즘, 볼 수 없는 풍경이어서 더 감동적이었던 모양이다.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