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 강재훈 글·사진
2024년 02월 16일(금) 12:00
폐교 위기의 작은 학교들을 찾아다니던 중 만났던 강원도 어느 산골마을 산등성이에 홀로 선 나무 한 그루. 수차례 오가는 동안 자꾸만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던 나무를 내치지 못하고 결국 차에서 내려 인사를 건넸고 금세 나무와 친구가 되었다.

해마다 계절마다 나무를 만나러 가서 사진으로 남겼고 인사를 나눴고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다. 가을에 다녀간 이후 겨울 초입에 다시 찾아간 현장에서 잘려 죽은 나무를 본 그는 허탈했다. 막걸리 한잔을 잘린 그루터기에 올려놓고 절을 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미안했다며, 잘 가라고, 너와 만난 시간이 소중했다고, 고마웠다고…

사진가 겸 산림교육 전문가 강재훈이 쓴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은 지난 30년 분교를 찾아 전국을 다니며 만난 수많은 나무와 친구가 된 이야기를 전하는 사진 에세이다.

커다란 바위를 가르며 자라는 소나무, 아이들의 돌팔매질을 그리워하는 감나무, 살이 찢기는 고통에도 길가의 철망을 품은 채 자라는 가로수까지 자신이 만난 멋지고 소중한 친구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던 저자는 100여 컷의 사진을 골라 나무와 교감하며 위로받은 이야기를 곁들였다.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 가져볼 것을 권한다.

“모처럼 나선 숲길에서 만난 어떤 나무를 자신의 나무로 정해 보면 어떨까. 오랜만에 한 번씩 가더라도 그 나무를 찾아가 인사를 나누는 재미가 참 싱그럽다. 집 가까이에 친구 나무를 정하는 것은 어떤가. 아침 출근길에 살펴보고 저녁 귀가 시간에 또 살펴보는 방법도 좋다. 그동안 관심 밖에 두었던 나무 한 그루가 분명 당신에게 위안이 되어 줄 것이다.” <한겨레출판·2만1000원>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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