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RV집중·전기차 날개 달고 영업익 10조원 벽 깼다
2024년 01월 25일(목) 21:50
삼성전자 제치고 영업익 2위 유력…고부가가치 브랜드 자리매김
북미·유럽서 전략형 모델 성공…전기차로 올해 매출 100조 목표
기아가 지난해 두 자릿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기아는 11.6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으며 연간 판매량도 전년보다 6.4% 증가한 308만7384대를 달성했다.

회사는 올해 경쟁 심화 등 부정적 경영 여건에 맞서 전기차 등 고수익 차종을 다수 출시해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영업익 삼성전자 제쳐…이익률도 ‘톱티어’=기아는 25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5.3%, 60.5% 증가한 99조8084억원, 11조607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도 3.2%포인트 오른 11.6%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최대인 2022년 실적(매출 86조5590억원·영업이익 7조2331억원)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1944년 창사 이래, 1998년 현대차그룹으로의 인수 이후 최대 실적이다.

기아가 각각 10조원과 10%를 넘는 두 자릿수 영업이익(조 단위 기준)과 영업이익률, 이른바 ‘더블 디짓’ 실적을 올린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기아는 지난해 매월 1조원가량의 수익을 남겼는데, 그 결과 ‘만년 1위’ 삼성전자(잠정 영업이익 6조5400억원)를 제치고 상장사 영업이익 2위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

이 밖에도 완성차업체로는 이례적으로 12%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나타내며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고급 브랜드와 함께 수익성 면에서 글로벌 ‘톱티어’에 오를 전망이다.

◇RV 중심 체질개선 통했다…친환경차 비중↑=기아는 유럽, 북미에서의 판매 증가와 RV, 친환경차 등 고수익 차량을 중심으로 한 믹스(차량용 구성 비율) 개선으로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가성비가 아닌 ‘제값 받기’가 가능해진 고부가가치 차량으로 자동차 선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기아의 부상을 놓고 ‘장기적으로 추진해온 RV 집중 및 지역 맞춤형 전략이 성공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아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6조원 넘는 적자 상태로 현대차에 인수된 후 2000년대 중후반까지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당시 기아차 대표에 오른 정의선 현 현대차그룹 회장이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기아의 체질을 RV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기아 브랜드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아의 RV 판매 비중은 69%까지 뛰어올랐다. 현재 판매되는 기아 차량 10대 중 7대는 RV라는 뜻이다.

기아가 현대차와의 합병 직후 승용 모델 라인업을 강화해 2010년 중반까지 승용차 판매 비중이 60% 이상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큰 변화다.

탈탄소 흐름에 맞춰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를 공격적으로 출시한 것도 최대 실적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기아는 전기차(EV), 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등으로 이뤄진 친환경차 부문에서 57만6000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18.2% 증가한 수치다.

전체 판매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대비 2.3%포인트 늘어난 19.1%를 기록했다.

◇북미·유럽 전략모델이 최대실적 견인=RV 중심과 더불어 지역별 맞춤 전략도 지난해 기아의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지역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기아는 미국(69만4000대→78만2000대), 유럽(54만3000대→57만2000대)에서 전년 대비 각각 12.8%, 5.4%의 높은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북미와 유럽 시장 특성에 맞는 전략형 모델을 출시한 것이 주효했다.

기아는 2019년 미국 소비자 취향에 맞게 오프로드 성능을 강화한 북미 전략형 SUV 텔루라이드를 출시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했다.

유럽에는 준중형 해치백 씨드와 차체를 줄인 준중형 SUV 스포티지 등을 내놓기도 했다. 그 결과 회사는 지난해 유럽에서 형제기업인 현대차(53만4170대)보다 많은 57만2297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아울러 기아는 인도에서도 지난해 25만5000대의 판매량으로 6%대의 점유율을 유지했다.

◇고부가가치 차량으로 매출 100조 시대 연다=기아는 창립 80주년을 맞은 올해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작년보다 3.6% 많은 320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매출은 1.3% 증가한 101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3.4% 늘어난 1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내놨다.

기아는 “전기차 시장 둔화 우려가 있지만 EV9에 더해 EV3, EV5 등 중소형 전기차를 내세워 친환경차 시장 리더십을 굳건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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