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 품은 광주FC, ‘빅클럽’ 갈 수 있을까
2023년 12월 14일(목) 20:50
2027년까지 장기 계약…광주시의 방향설정·투자 필요
1부 경쟁·아챔 준비하려면…선수단 정비·강화 불가피

광주FC 홈구장인 축구전용구장 전경.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이정효 감독을 품은 광주FC가 ‘빅클럽’이라는 최종 목적지로 갈 수 있을까?

광주는 지난 13일 “이정효 감독과 2027년까지 동행한다. 구단 최장기 계약 기록이다”며 ‘깜짝 계약’ 소식을 전했다.

이정효 감독은 2021년 12월 광주의 7대 감독으로 부임한 후 사령탑 첫 시즌에 압도적인 질주로 K리그2 우승을 이뤘다. 감독 두 번째 시즌은 더 강렬했다. 거침없는 공격과 촘촘한 수비로 K리그1 구단 최고 성적인 3위를 찍었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광주의 새로운 역사를 장식했다.

‘한국의 무리뉴’로 각광 받으며 입지가 달라졌고 이정효 감독 스스로 “나는 야망이 크다”고 밝힐 정도로 ‘만족’ 없는 사령탑인 만큼 그의 거취는 K리그 팬들의 관심사가 됐다.

광주는 몸집이 커진 이정효 감독을 품으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팀을 꿈꾸게 됐다.

발판은 만들어져있다. 올 시즌 광주는 끝까지 가는 까다로운 승부로 경쟁력을 보여줬다. 팬들도 생각하지 못했던 ‘3위’라는 목표를 이루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여기에 ‘이정효표’ 화끈한 축구에 관중석 분위기도 달라졌다. ‘야구 도시’ 광주에 올 시즌 뜨거운 ‘축구 바람’이 불었다.

광주 축구 새 역사의 첫 페이지는 작성됐다. ‘아시아 무대’를 경험하게 될 내년 시즌, 광주는 이 분위기를 이어 축구 이상의 축구를 만들어야 한다.

앞서 광주는 광주시의 무관심 속 열악한 환경의 시민구단이라는 한계에 막혀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올 시즌 광주선수단이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낸 만큼 이제는 시민구단 앞에 ‘열악’이라는 단어를 떼어내야 한다. 이정효 감독과의 긴 동행을 결정한 만큼 발전과 성장으로 확실히 방향성을 가져가야 한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1부 리그에서 경쟁해야 하고 아챔까지 준비해야 하는 만큼 선수단 정비와 강화는 불가피하다.

아챔 참가를 위해 추가로 필요한 예산은 30~40억 정도로 예상된다. 우선 리그와 아챔까지 두 리그를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단 보강이 필요하다. 광주는 올 시즌 33명으로 시작했다. K리그1 12개 구단의 평균 인원은 38.8명, 전북과 대전은 가장 많은 46명을 보유했다.

선수뿐만 아니라 아챔 준비를 위한 스태프 영입과 함께 대회를 치를 경비도 필요하다.

아이러니하게 선수 영입을 위해 선수 유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질적인 재정문제 탓에 광주는 유망주들과 이내 작별하곤 했다. 이적료를 통해 부족한 재원을 채우면서 다음 시즌을 만들어가는 양상이 반복됐다.

올 시즌 광주 질주를 이끌었던 엄지성·정호연 등 유스 출신의 ‘영건’들 역시 빅클럽에서 욕심내는 자원들이다. 광주는 미래를 위해 또 미래를 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꾸준한 성적을 내면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안정적인 구단 운영도 필요하다.

1부리그 팀 광주지만 사무를 담당하는 프런트는 9명에 불과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9년 신생구단 창단 시 사무국 인원을 최소 20명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원활한 리그 참가를 위한 최소 인원으로 20명을 설정한 셈이지만 광주 프런트 수는 턱 없이 부족하다.

리그와 아챔을 동시에 소화해야 하고, 흥행 분위기를 이어 경제 효과까지 내기 위해서는 상품 판매·마케팅도 확대해야 한다. ‘최소 인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원으로 광주는 고군분투하고 있다.

결국 광주 예산과 운영의 키를 쥐고 있는 광주시의 확실한 방향 설정과 드라이브가 필요하다.

이정효 감독이 3위 이상을 노렸던 이유 중 하나가 ACLE무대다. 아챔 우승 상금은 무려 160억원이다. 축구로 예산을 만들겠다는 이정효 감독의 야심 찬 계획이다.

투자 없이 발전과 성장은 없다. 광주라는 텃밭에서 선수를 육성하고, 큰 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우며 예산 확보와 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 수도 있다. ‘이정효 효과’를 그라운드 밖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광주FC와 광주시의 ‘찰떡 호흡’이 필요하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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