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례·공예 융합으로 결혼 문화 바꿔보면 어떨까”
2023년 09월 17일(일) 19:30
예술의 거리 미로센터 ‘공예…인연을 만나다’전 박혜영 예술감독
작가 20여명 초청…옹기·소반 등 결혼 관련 작품 전시
예비 신랑신부 공모, 11월 4일 특별한 결혼식도 진행
아름다운 색동 구두, 정갈한 그릇, 소담한 소반.

광주 예술의 거리 미로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순수의 결합, 공예…인연을 만나다’전(11월7일까지)에서 만나는 다채로운 공예품이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가 관심을 모으는 건 전시와 연계된 특별한 웨딩 세레머니가 준비돼 있어서다. 주최측은 공모를 통해 실제 예비 신랑신부를 선정, 공예가들이 제안하는 결혼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열린 조카의 스몰 웨딩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미로센터 천혜원씨는 우리의 결혼문화도 바꿔보면 어떨까 궁리했고 ‘공예’가 그 변화의 매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박혜영 섬유예술가(조선대 섬유패션디자인학과 외래 초빙교수)에게 예술감독을 제안했다.

“전시를 맡고 보니 결혼을 기피하는 요즘 MZ 세대들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되더군요. 결혼에 대한 새로운 문화와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공예로 결혼을 이야기하는 게 새삼스럽게 들릴지도 모르는데 공예는 혼례 등 우리 관혼상제와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공예는 멀리 있지 않고 우리 일상과 늘 함께 하기에 결혼과 공예를 융합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11월7일까지 미로센터에서 열리는 ‘순수의 결합, 공예…인연을 만나다’전.
박 감독은 이번 전시에 금박을 소재로 작업하는 김기호·박수영, 나주소반의 김영민, 박유진, 김범용, 이기훈, 이치헌 작가 등 20여명을 초청했고 ‘결혼’과 관련해 작가들이 수집한 물건들도 함께 전시했다.

본식부터 폐백, 디너 등 예식의 전 과정이 제공되는 웨딩세레머니(11월4일 오후 5시 미로센터 2층 야외가든)는 시대 변화에 따른 결혼 의식을 공예가들이 새롭게 제안해 연출하는 프로젝트로 하객 등 60여명을 초대한다. 옹기 제작자 정희창 작가의 그릇, 섬유공예 냅킨 등이 테이블에 차려지며 윤용선 플로리스트, 박송희 음식연구가 등이 참여한다. 또 전시장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축의금 대신 전달하는 선물을 뜻하는 ‘웨딩 레지스트리(Wedding registry)’로 활용된다.

“개개인의 경험이 하나의 문화를 형성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경험을 만드는 게 예술가들의 역할이고요. 전통을 계승하고 그 위에 또 다른 시각을 입혀가는 게 MZ 세대들입니다. 이번 전시가 새로운 결혼 모델을 제시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네요. 결혼은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지인들이 벌이는 행사예요. 공예품이 어우러진 행사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즐기는 잔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행사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결혼과 공예, 인연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박 감독은 “이번 전시작들은 수많은 재료, 기법과 대면하며 자신만의 ‘인연’을 만들어간 작가들의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신청자는 30일까지 동구청 홈페이지에서 참가서를 내려받아 미로센터를 방문하거나 이메일(mindos10@naver.com)로 접수하면 된다. 식비는 본인 부담이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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