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자전거 투어] 3인용 자전거에 아빠·딸·아들 “가족 라이딩 꿈 이뤘어요”
2023년 09월 17일(일) 18:20

자전거 대회 중반에 내린 장대비에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은 이시헌(43·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씨와 수빈(13)양, 수현(11)양, 준우(5)군. /신안=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아빠 어디가?”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사는 이시헌(43)씨는 주말 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삼 남매를 보듬고 아침 일찍 신안 지도로 향했다.

지난 16일 신안군 지도·임자도 일대에서 열린 ‘2023 신안 자전거 투어’ 2차 행사에는 두 아이를 앞뒤에 태운 ‘3인용 자전거’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3인용으로 개조한 자전거 앞에는 둘째 수현(11)양, 뒤에는 준우(5)군이 앉아 빼꼼히 안전모를 쓴 얼굴을 내밀었다.

첫째 수빈(13)양은 따로 자전거를 몰며 삼부자를 호위하듯 길을 뒤따랐다.

이번 대회는 기종 제한이 없는 ‘열린 대회’여서 2인용, 3인용 자전거도 참가할 수 있었다. 가족들과 살갗을 맞대고 숨 쉬며 페달을 밟고 싶다는 이씨의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올해 한강과 경기 양평군에서 열린 대회에 가족을 데리고 가지 못한 아쉬움이 컸었는데, 이번 신안 대회에서 소원풀이를 했습니다. 자전거를 아직 익히지 못한 다섯 살배기 준우를 빼고는 아내를 포함한 우리 가족 모두 자전거 애호가입니다.”

출발 직전까지 가족 동반 참가를 망설여온 그의 마음은 대회를 시작하자마자 “함께 달리길 잘했다”는 만족으로 바뀌었다.

대회에 함께 나선 동호회 ‘나주 두바퀴 사랑 MTB’ 회원 6명의 전폭적인 지지뿐만 아니라 대회 내내 이씨 가족에 대한 응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대회 전후로 3인용 자전거에 탄 우리 가족과 사진을 찍고 싶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이번에 배 번호 111번을 받았는데 자전거에 탄 우리 가족(1+1+1)을 상징하는 것 같아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임자도를 포함해 신안에 여러 번 자전거 여행을 온 이씨는 처음 지나보는 임자대교 구간의 짜릿함을 자녀들과 공유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임자 1·2대교의 중간에 있는 수도를 오갈 때 만난 내리막길의 전율은 우리 가족 모두 잊지 못할 겁니다. 평소 반찬 투정이 잦은 막내가 점심을 너무나 맛있게 먹어서 아빠로서 뿌듯함도 느꼈습니다.”

이씨 가족은 대회 중반에 퍼부은 비 때문에 이날 대회는 완주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씨 가족 자전거 부대의 여정은 이제 시작을 알렸다.

/신안=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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