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히 아끼고 사랑했던 옛 그림들의 이야기
2023년 09월 14일(목) 19:15 가가
국립광주박물관, 소치 허련 후손 故 허민수 기증 특별전
美 게일 엘리스 허 여사, 시아버지 소장품 광주에 기증
17세기 ‘묵매도’ 등 50여 점…‘석농화원’ 필사본 공개
美 게일 엘리스 허 여사, 시아버지 소장품 광주에 기증
17세기 ‘묵매도’ 등 50여 점…‘석농화원’ 필사본 공개
“시아버지가 물려주신 작품 중에는 오래된 작은 족자 하나가 있었다. 우리는 이 ‘글씨가 빼곡이 적여 있는 선비 그림’을 막연히 소치 허련의 작품일 것이라 추측하였다. 기증작품들을 조사한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 그림을 무척 흥미로워했고, 나는 그들을 통해 이 그림이 중국의 시인이자 학자인 소동파를 주제로 한 ‘동파입극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일 엘리스 허 여사(85)는 시아버지인 고(故) 허민수(1897~1972) 씨를 그렇게 회상했다. 진도 출신 허민수 씨는 은행가이자 소치 허련 가문의 후손이었다.
게일 허 여사는 시아버지가 물려준 서화 4건 12점을 시아버지 이름으로 지난 3월 국립광주박물관에 기증했다. 작품은 미공개된 조선 후기 공개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광주박물관(관장 이애령)에서 허민수 기증 특별전을 연다. 오는 12월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의 주제는 ‘애중(愛重), 아끼고 사랑한 그림 이야기’.
특히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석농화원’ 속 미공개 작품이 최초로 공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7세기 문인 서화가 죽천 김진규(1658~1716)의 ‘묵매도’ 등은 당대 서화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번 기증전에서는 ‘석농화원’ 필사본을 최초로 공개할 뿐 아니라 50여 점의 수록 작품 중 15점의 서화를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이애령 관장은 “기증작 가운데는 미국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게일 허 여사가 50여 년 전, 시아버지 고 허민수 선생께서 아들 내외에게 선물해주신 작품들도 있다”며 “소중히 간직해온 시아버지의 아름다운 유산을 시아버지의 고향과 가까운 국립광주박물관에 기증하셨고 올해 초 박물관의 뜻 깊은 소장품이 되었다”고 말했다.
게일 허 여사에 따르면 1951년 당시 허민수는 고등학생이었던 아들 허경모를 미국으로 유학 보냈다. 허경모는 미시간대에 진학하고 박사학위를 마친 후 국제통화기금(IMF)에 입사해 미국에 정착했다.
게일 허 여사는 “1967년 5월 허경모는 가족들과 헤어진 지 16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였다. 오랜 세월 아들을 기다렸던 아버지는 아들 귀국을 기념해 직접 쓴 글씨와 소장하시던 허백련의 산수화와 화조화 등을 선물하셨다”고 밝혔다.
전시는 게일 허 여사가 스토리텔러가 돼 세 주제로 이끈다.
먼저 ‘소치 허련과 동초 허민수, 그리고 의재 허백’에서는 소치 가문의 후손인 기증자 동초 허민수 선생과 집안의 주요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번 기증품에는 소치 허련의 작품 2점이 포함돼 있다. 허민수와 진도의 친척이자 오랜 벗이었던 의재 허백련(1891∼1977)과의 인연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 번째 ‘새로운 ‘동파입극도’의 발견’은 신명연(1808∼1886)의 ‘동파선생입극도’를 조명하는 주제이다. ‘동파입극도’란 중국 송대 문인 동파 소식이 귀양 시절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19세기 문인 박봉빈이 1865년 동파제를 지내기 위해 제작한 작품이다.
세 번째 주제는 ‘그림을 보는 탁월한 눈, 김광국의 ’석농화원’’.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김진규의 ‘묵매도’와 ‘석농화원’ 속 작품 15점을 만난다. 조선 후기 최고의 서화 수장가 석농 김광국의 탁월한 안목과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한국 국립광주박물관까지 1만1500km 기증과정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권혜은 학예연구사는 “긴 여정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작품에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담겨 있다”며 “전시를 계기로 게일 허 여사의 귀중한 기증의 뜻도 함께 생각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게일 허 여사는 시아버지가 물려준 서화 4건 12점을 시아버지 이름으로 지난 3월 국립광주박물관에 기증했다. 작품은 미공개된 조선 후기 공개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광주박물관(관장 이애령)에서 허민수 기증 특별전을 연다. 오는 12월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의 주제는 ‘애중(愛重), 아끼고 사랑한 그림 이야기’.
게일 허 여사에 따르면 1951년 당시 허민수는 고등학생이었던 아들 허경모를 미국으로 유학 보냈다. 허경모는 미시간대에 진학하고 박사학위를 마친 후 국제통화기금(IMF)에 입사해 미국에 정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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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수 기증 특별전이 열리는 전시실 입구를 컨셉에 맞게 조형화한 공간. |
전시는 게일 허 여사가 스토리텔러가 돼 세 주제로 이끈다.
먼저 ‘소치 허련과 동초 허민수, 그리고 의재 허백’에서는 소치 가문의 후손인 기증자 동초 허민수 선생과 집안의 주요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번 기증품에는 소치 허련의 작품 2점이 포함돼 있다. 허민수와 진도의 친척이자 오랜 벗이었던 의재 허백련(1891∼1977)과의 인연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 번째 ‘새로운 ‘동파입극도’의 발견’은 신명연(1808∼1886)의 ‘동파선생입극도’를 조명하는 주제이다. ‘동파입극도’란 중국 송대 문인 동파 소식이 귀양 시절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19세기 문인 박봉빈이 1865년 동파제를 지내기 위해 제작한 작품이다.
세 번째 주제는 ‘그림을 보는 탁월한 눈, 김광국의 ’석농화원’’.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김진규의 ‘묵매도’와 ‘석농화원’ 속 작품 15점을 만난다. 조선 후기 최고의 서화 수장가 석농 김광국의 탁월한 안목과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한국 국립광주박물관까지 1만1500km 기증과정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권혜은 학예연구사는 “긴 여정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작품에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담겨 있다”며 “전시를 계기로 게일 허 여사의 귀중한 기증의 뜻도 함께 생각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