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11기 리더스아카데미]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행복한 커플, 행복한 동반’ 강연
2023년 09월 13일(수) 20:05 가가
“성(性)은 서로를 아끼는 사랑의 대화법”
‘단순 육체적 관계’ 편견 버려야
학교 현장 성교육 상당히 보수적
제대로 된 성교육 빠를수록 좋아
‘단순 육체적 관계’ 편견 버려야
학교 현장 성교육 상당히 보수적
제대로 된 성교육 빠를수록 좋아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가 지난 12일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광주일보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행복한 커플, 행복한 동반’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성(性)이라는 건 단순히 육체적 관계인 섹스라고 생각하는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상대방을 사랑하고 연애하고 건강한 성관계를 하는 것까지 모든 것을 아우릅니다. 섹스는 숨기고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 아닌 상대방을 아끼고 사랑을 표현하는 대화법이라는 것을 알아주세요.”
제11기 광주일보 리더스 아카데미 2학기 두 번째 강좌가 지난 12일 오후 7시 광주 상무지구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렸다. 대한성학회 명예회장이자 세종대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성문제·성 상담 전문가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가 강단에 섰다.
3초만에 수강신청이 마감되어 ‘광클 수업’으로 유명한 배 교수는 이날 ‘행복한 커플, 행복한 동반!’을 주제로 사랑과 섹스, 성을 바라보는 이중성, 성교육, 성평등, 성과 페미니즘 등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다뤘다.
“여러분은 ‘섹스’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다소 직설적인 질문으로 원우들을 당황시킨 배 교수는 “섹스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25년간 어른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해왔는데 방송이나 강연을 나가면 성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고 ‘정자’, ‘난자’, ‘섹스’, ‘성행위’ 이런 것들만 물어봅니다. 하지만 섹스(SEX·性)는 그런 성이 아니에요. 성행위로서의 섹스는 n분의 1일 뿐이고, 연애라든지 데이트, 결혼, 실연, 헤어짐 이런 모든 것들이 해당되는데 단순히 ‘성행위’에만 꽂혀서 그 얘기만 해달라는 거에요.”
배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아직은 ‘꺼내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성(性)에 대한 여러 가지 오해와 잘 몰랐던 궁금증들을 풀어가며 청중들의 관심을 모았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학생들에게 성교육을 잘 못하게 합니다. 아이들이 성교육을 배우면 빨리 섹스를 한다는 거에요. 피임 같은 것도 가르쳐 주면 안 된다고 얘기해요. 얼마 전 한 지역에서 고등학교 교사가 피임 교육을 하겠다고 콘돔을 사오라고 했다가 경고를 받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굉장히 보수적인 생각입니다.”
잘못된 성교육과 성에 대한 인식으로 ‘섹스’라는 단어가 ‘금기의 바다’에 빠져버렸다고 얘기한 배 대표는 “성에 대해서는 빨리 아는 게 더 좋다”고 강조했다. 모르는 것보다는 알면 알수록 피해서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잘 된 성교육을 받은 친구는 잘 만들어진 지도를 가지고 있는거나 마찬가지예요. 결혼을 하지 않은 젊은 청춘들에게 섹스는 계획하기가 어려운, ‘일어나는’ 상황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알고 있는 게 좋다는 겁니다. 왜 콘돔을 사용해야 하는지, 피임의 필요성이나 콘돔 사용하는 법 같은 것들 말이죠.”
올바른 성 문화와 인식도 중요하지만, 성관계를 하지 않는, 이른바 섹스리스가 많은 우리나라 성인들의 성 생활에 대한 우려와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섹스리스(sexless) 라는 건 모자란다는 얘기예요. 우리나라는 섹스리스가 아니라 섹스 오프(sex off) 사회로 가고 있어요. 2021년에 연세대 연구팀이 서울에 사는 성인들의 성생활 실태를 조사한 결과 1년에 한번도 섹스를 안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36%였습니다. 이건 부족한게 아니라 아예 안한다는 거죠. 10명중에 3명이 섹스 오프인 건데, 가장 높은 세대가 43%인 20대였습니다. 과거에 비해 성이 개방되었고 성에 대한 출구는 많은데 정작 섹스는 안 하고 산다는게 문제인 겁니다.”
배 교수는 “‘섹스가 꼭 필요하느냐, 우리는 섹스가 없어도 대화를 많이 하고 아주 사이좋은 부부다’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많지만 그런 대화는 대부분 비즈니스 대화일 뿐”이라며 “아이들 이야기, 직장 이야기, 돈 이야기, 시댁 이야기 같은 비즈니스 대화가 아닌 내가 외로운지, 당신의 사랑이 필요한지, 요즘 특별히 힘든 일이 있는지 대화를 나누며 사랑을 확인하는 게 진짜 사랑하는 사이”라고도 덧붙였다.
배 교수는 성공적인 결혼에 대한 조건도 제시했다.
“정신분석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에리히 포럼은 사랑에 필요한 중요한 네 가지를 알려줬어요. 그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것, 그 사람을 돌봐주는 것, 그 사람을 존경하는 것, 그리고 그 사람한테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했어요. 결혼이라는 건 사실 일심동체(一心同體)가 아니라 이심이체(二心二體)라는 걸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자라온 (요즘 젊은 사람들은 많이 나아졌어요) 남자들은 일심동체에 굉장히 매어 있어요. 부부 동반이나 가족 모임 같은 곳에서 아내를 함부로 대하는 경우도 많아요. 결혼은 남과 남이 만나는 것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는 “성공적인 결혼은 ‘부부 중심’이어야 하고 공동의 취미나 관심사가 있어야 되며,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가 어떤 걸 원하고 있는지 잘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 다음 강좌는 오는 19일 오후 7시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골프 국가대표 김가영 선수가 강의에 나선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3초만에 수강신청이 마감되어 ‘광클 수업’으로 유명한 배 교수는 이날 ‘행복한 커플, 행복한 동반!’을 주제로 사랑과 섹스, 성을 바라보는 이중성, 성교육, 성평등, 성과 페미니즘 등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다뤘다.
다소 직설적인 질문으로 원우들을 당황시킨 배 교수는 “섹스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25년간 어른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해왔는데 방송이나 강연을 나가면 성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고 ‘정자’, ‘난자’, ‘섹스’, ‘성행위’ 이런 것들만 물어봅니다. 하지만 섹스(SEX·性)는 그런 성이 아니에요. 성행위로서의 섹스는 n분의 1일 뿐이고, 연애라든지 데이트, 결혼, 실연, 헤어짐 이런 모든 것들이 해당되는데 단순히 ‘성행위’에만 꽂혀서 그 얘기만 해달라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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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에서는 학생들에게 성교육을 잘 못하게 합니다. 아이들이 성교육을 배우면 빨리 섹스를 한다는 거에요. 피임 같은 것도 가르쳐 주면 안 된다고 얘기해요. 얼마 전 한 지역에서 고등학교 교사가 피임 교육을 하겠다고 콘돔을 사오라고 했다가 경고를 받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굉장히 보수적인 생각입니다.”
잘못된 성교육과 성에 대한 인식으로 ‘섹스’라는 단어가 ‘금기의 바다’에 빠져버렸다고 얘기한 배 대표는 “성에 대해서는 빨리 아는 게 더 좋다”고 강조했다. 모르는 것보다는 알면 알수록 피해서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잘 된 성교육을 받은 친구는 잘 만들어진 지도를 가지고 있는거나 마찬가지예요. 결혼을 하지 않은 젊은 청춘들에게 섹스는 계획하기가 어려운, ‘일어나는’ 상황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알고 있는 게 좋다는 겁니다. 왜 콘돔을 사용해야 하는지, 피임의 필요성이나 콘돔 사용하는 법 같은 것들 말이죠.”
올바른 성 문화와 인식도 중요하지만, 성관계를 하지 않는, 이른바 섹스리스가 많은 우리나라 성인들의 성 생활에 대한 우려와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섹스리스(sexless) 라는 건 모자란다는 얘기예요. 우리나라는 섹스리스가 아니라 섹스 오프(sex off) 사회로 가고 있어요. 2021년에 연세대 연구팀이 서울에 사는 성인들의 성생활 실태를 조사한 결과 1년에 한번도 섹스를 안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36%였습니다. 이건 부족한게 아니라 아예 안한다는 거죠. 10명중에 3명이 섹스 오프인 건데, 가장 높은 세대가 43%인 20대였습니다. 과거에 비해 성이 개방되었고 성에 대한 출구는 많은데 정작 섹스는 안 하고 산다는게 문제인 겁니다.”
배 교수는 “‘섹스가 꼭 필요하느냐, 우리는 섹스가 없어도 대화를 많이 하고 아주 사이좋은 부부다’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많지만 그런 대화는 대부분 비즈니스 대화일 뿐”이라며 “아이들 이야기, 직장 이야기, 돈 이야기, 시댁 이야기 같은 비즈니스 대화가 아닌 내가 외로운지, 당신의 사랑이 필요한지, 요즘 특별히 힘든 일이 있는지 대화를 나누며 사랑을 확인하는 게 진짜 사랑하는 사이”라고도 덧붙였다.
배 교수는 성공적인 결혼에 대한 조건도 제시했다.
“정신분석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에리히 포럼은 사랑에 필요한 중요한 네 가지를 알려줬어요. 그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것, 그 사람을 돌봐주는 것, 그 사람을 존경하는 것, 그리고 그 사람한테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했어요. 결혼이라는 건 사실 일심동체(一心同體)가 아니라 이심이체(二心二體)라는 걸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자라온 (요즘 젊은 사람들은 많이 나아졌어요) 남자들은 일심동체에 굉장히 매어 있어요. 부부 동반이나 가족 모임 같은 곳에서 아내를 함부로 대하는 경우도 많아요. 결혼은 남과 남이 만나는 것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는 “성공적인 결혼은 ‘부부 중심’이어야 하고 공동의 취미나 관심사가 있어야 되며,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가 어떤 걸 원하고 있는지 잘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 다음 강좌는 오는 19일 오후 7시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골프 국가대표 김가영 선수가 강의에 나선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