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의 역사적 사실 그려낸 베리스모 오페라 ‘박하사탕’, 5~6일
2023년 09월 04일(월) 17:25

1980년 5월 광주 도청 앞. 두려움에도 시위대가 모여 서로 의지하고 돌보는 모습.

“1980년 5월 도청 앞에서 ‘빛의 힘’이 어떻게 어둠의 세력을 물리쳤는지, 그 전말을 오페라에 담아 미래 세대에게 전하고 싶습니다”(작곡가 이건용)

폭력의 연대기에 저항해 ‘반독제 민주화’를 부르짖던 40여년 전 구호는 광주에 상흔을 남겼다. 아직도 오롯한 도청 앞 탄흔과 유족들의 통한은 광주가 풀어 나가야 할 숙제처럼 다가온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이 5·18민주화운동 기념 콘서트 오페라 ‘박하사탕’을 오는 5~6일(오후 7시 30분) 광주예술의전당 잔디광장 야외무대에서 연다. 이번 공연은 2000년 이창동 감독의 원작 영화 ‘박하사탕’을 작곡가 이건용이 콘서트와 음악을 곁들인 ‘콘서트 오페라’ 형태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공연은 사실에 기반하는 ‘베리스모 오페라(사실주의 오페라)’를 표방하는데 그날 5월의 아픔을 고스란히 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19년 광주에서 시연회를 시작으로 2020년 온라인 중계, 2021년 국립극장 전막 공연 등을 연일 매진하며 ‘무비라(무비+오페라)’라는 신조어를 만드는 등 화두에 올랐던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원작 ‘박하사탕’에서도 기적소리 너머로 들리는 주인공의 절규, 혹은 비명 같던 “나 돌아갈래” 등의 외침은 5·18부터 1987년 6월 민주항쟁까지의 아픔과 슬픔을 집약적으로 표현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는 ‘박하사탕’의 실제 배경인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 오페라로 재창작해 선보이는 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오페라 ‘박하사탕’의 하이라이트 ‘5장 전남도청 앞 장면’. 시민들은 “함께 밥을 나누세/생명을 나누세”라는 내용의 ‘주먹밥’을 합창한다. <광주일보 DB>
작품은 파국의 현대사 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어느 남자의 이야기를 초점화한다. 시놉시스에 따르면 1999년 5월 들꽃이 핀 강가 언덕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하는데, 봉우회원들과 미애, 박병장 등이 야유회를 즐기고 있다. 그러더니 갑자기 주인공 김영호가 나타나 ‘나 돌아갈래’를 외친다.

가리봉동에서 일하던 평범한 영호의 외침은 작중 시간을 1998년 가을 망월동 묘역으로 되돌려놓는다. 그곳에서 묘비들은 애가(哀歌) ‘망월동의 노래’를 부른다. 또 ‘누구였나?’, ‘너, 너였어’, ‘나쁜놈’, ‘봤으니까 됐어’ 등의 레퍼토리도 각각 3~5분 남짓 울려 퍼질 예정으로 직설적인 제목들은 광주의 아픔을 되짚어보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1987년 5월 경찰서로 돌아가 고초를 겪는 3장 대목, 1980년 5월 공수부대 투입 및 전남도청 앞 항쟁을 보여주는 4~5장은 클라이막스. 끝으로 1979년 가을날 언덕을 재차 보여주는 액자식 구성을 취한다.

테너 김영호가 가리봉동에서 일하던 청년 ‘영호’ 역을 맡는다. 공수부대원이 되어 광주에 진압군으로 투입돼 비극을 경험하는 인물이다. 소프라노 윤순임이 김영호의 첫사랑 역을, 바리톤 강현기가 김영호의 상사인 강형사, 강중위 역을 연기한다.

이창동 감독의 2000년 개봉작 ‘박하사탕’
아울러 천안시향 상임지휘자 구모영(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 독일 아헨 오페라극장에서 활동한 연출가 이혜영, 극작가 겸 연출가 조광화는 대본을 썼으며 한예종 총장 및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을 역임한 이건용이 작곡했다.

공연에 앞서 공연 실황을 미리보는 ‘콘서트 오페라 무료관객 아카데미’도 준비돼 있다. 5~6일(오후 6시) 광주시립오페라단 스튜디오에서 각각 작곡가 이건용과 문화칼럼니스트 최철을 특별초청해 작품 감상 및 이해를 돕는다.

정상연 오페라단 운영실장은 “종래 무겁고 어둡게만 비춰졌던 5·18이 딱딱한 틀에서 벗어나 넓은 광장에서 펼쳐진다”며 “오페라가 전하는 메시지를 광주시민들이 향유하고 민주주의의 내일을 만들어 갈 ‘비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무료 관람. 사전예매는 티켓 링크(비지정석).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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