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시인 시집 ‘아직 도달하지 않은 입의 문장’
2023년 08월 28일(월) 17:40
“저는 늘 저를 찾아 방황합니다. 내가 나를 잘 아는 것 같아도 가장 모르는 것이 나 자신인 것 같아요. 밖으로 떠도는 자아와의 끝없는 대화를 통해 화해하는 일이 아닐까 싶네요.”

조선의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다. 시는 자아와의 대화를 하는 데 가장 유효하고 의미있는 방식 가운데 하나다. 그는 오늘도 ‘나’를 찾아 자신만의 여행을 떠난다. 그것이 특정 공간을 향한 외적인 여행이든, 자신의 내면을 향해 침잠해 들어가는 속 깊은 대화이든, 그것은 모두 시를 쓰기 위한 여정이다.

조선의 시인
조선의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아직 도달하지 않은 입의 문장’(상상인)을 펴냈다.

조 시인은 언제나 부지런히 쓰고 강의하고 새로운 작품을 모색한다.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기에 창작을 위한 고투를 하고 있나 보다 생각했다. 그는 진지한 듯 유쾌하고, 명랑한 듯 조용한 면이 있다. 내면 깊은 곳에 단단한 ‘뿌리’가 있는데, 시를 창작하기 위한 스스로의 다짐으로 보이곤 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위해 변명도 해보고 강변도 해보지만 만족할만한 답을 얻지 못했어요. 언제부턴가 나와 거리를 두고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죠. 기억과 합의하는 과정에서,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는 나를 성찰하는 일이 어쩌면 나를 살리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는 전국적으로 시 창작 강의를 다닌다. ‘시꽃피다’를 지역별로 조직하고 있는데 광주를 비롯해 서울, 대전 등 모두 일곱 군데가 결성돼 있다. “기성 시인이 아닌 사람도 시를 써서 나와 너, 그리고 우리라는 사회를 밝혀보자”는 취지에서 ‘시꽃피다’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창작 강의를 가는 곳마다 수강생들에게 시 쓰기 숙제를 내준다. “수강생들에게 숙제를 내주듯 저에게도 시 쓰는 과제를 내준다”며 웃었다.

이번 시집 ‘아직 도달하지 않은 입의 문장’이라는 제목이 그의 창작에 대한 열망을 짐작하게 한다.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는 것은 언젠가는 도달하게 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편으로 ‘자신만의 문장’을 향해 시인이 부단히 정진하고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이번 작품들은 어떤 부분에 많은 주안점을 뒀냐’는 물음에 조 시인은 “생명에 대한 예의이며 존중”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서 생명은 동식물 모두를 아우른다. “타협하지 못한 이해관계들에 대해 기억의 편린을 더듬어 봤다”는 그는 구체적으로 “침묵이 마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언어로 형상화했다”고 덧붙였다.

“때로는 질문과 침묵이라는 두 개의 축이 한데 섞여 원치 않는 일을 자초하기도 하지요. 불시착하는 생각들에서 나를 건져야 한다는 강박이 밀려올 때도 있구요. 그럴수록 절정의 비명은 커진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이번 작품집에서 가장 아끼는 시는 예상했던 대로 표제시였다. “언어에는 미분된 현재가 묘파되어 있다/ 달아나는 시간의 꼬리를 붙잡고도 나는 과거의 습관을 따랐다// 발성을 거부한 침묵이 내면의 망각을 조장하고/ 그것들이 사소한 슬픔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나는 발랄의 형식으로 언어를 축약한다…”

작품은 완성이 아닌, 완성을 향해 가는 과정을 초점화한다. 그에 따르면 “도달하지 않는 방식으로 도달하는 나를 증명하고” 싶은 것이다.

그는 시를 창작하기 이전에 언론사에서 오래 근무했다. 당시에 야생화에 관심이 많아 꽃과 원예 공부를 많이 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신춘문예 데뷔 후 시창작의 길로 진로를 변경했지만” 이전의 많은 경험은 지금의 창작과 강의에 많은 도움이 된다. 가끔 ‘꽃과 시와 인생’이라는 테마로 강의를 하기도 한다.

‘시란 무엇인가’는 질문에 그는 “즐거운 생활 그 자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중근 의사의 ‘하루만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을 비유했다.

“저는 단 하루라도 시를 쓰지 않으면 몸이 힘들어요. 그렇다고 매번 완성도가 높은 시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달리는 시간 속에서 잠시 멈춰 주위를 보기도 하고 나를 살피지만 언제나 올바른 판단은 내일로 유보되지요. 시는 눈을 감아도 보이는 길이기도 하구요.”

그는 앞으로도 일상의 느낌을 고스란히 언어로 풀어내고 싶다. 느낌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와 존재의 관계를 의미있게 들여다보는 창이기 때문이다.

한편 조선의 시인은 ‘당신 반칙이야’, ‘꽃으로 오는 소리’, ‘반대편으로 창문 열기’ 등의 작품집을 펴냈으며 신석정촛불문학상, 송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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