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겨우 회복했는데 정부가 폭락 조장하나
2023년 08월 23일(수) 00:00
정부가 쌀 수확기를 코앞에 두고 공공비축미를 시장에 방출하기로 해 농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는 최근 시장에 원료곡이 부족하다는 농협과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요구에 따라 2022년산 공공비축미 5만t을 방출하기로 하고 수요 파악을 거쳐 9월 22일까지 인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방출 시기가 햅쌀 수확을 앞둔 시점이라 쌀값 하락을 자극할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장 올 추석 상차림용 햅쌀(조생종) 출하가 9월 초로 예정돼 있고 전체 햅쌀의 90%를 차지하는 중·만생종 햅쌀도 9월 중순부터 수확기에 접어든다.

농민들이 우려하는 점은 정부의 방출 방침이 쌀 가격 오름세를 막겠다는 강한 시그널을 시장에 줘 쌀값 하락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급등한 농자재 비용을 감안하면 현재 쌀값도 적정가에 못 미치는데 가격 오름세가 형성되는 햅쌀 출하 시기에 비축미를 풀면 모처럼 안정세를 찾은 쌀값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산지 쌀값은 80㎏ 기준 19만 원대로 최근 5년 평균 가격보다 3% 가량 높다. 올해 4월까지는 하락세를 보이다 5월 들어 상승세로 전환했는데 농민들은 햅쌀 출하기 쌀값 상승세를 기대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며 분개하고 있다.

농협의 요구라지만 정부의 공공비축미 방출 발표는 시장의 혼란을 감안하지 않은 근시안적 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21년 8월에도 수확기를 앞두고 공공비축미 8만t을 시장에 풀어 쌀값 폭락을 유발한 전력이 있다. 비축미 방출 이유로 드는 부족한 원료곡 문제는 곧 수확하는 조생종 벼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농민들은 적정 쌀값을 80㎏ 기준 22만 원 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어설픈 정책으로 쌀값 폭락을 조장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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