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으로 물드는 예향 남도의 가을
2023년 08월 16일(수) 20:40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9월 1일~10월 31일
19개국 190여 작가 350여점 전시
황실유묵·현대수묵 등 감상

석파 이하응 작 ‘괴석묵란도’

‘물드는 산, 멈춰선 물-숭고한 조화 속에서’.

올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주제는 한편의 짤막한 시와 같다. ‘산이 물들고, 물이 멈춰서’라는 표현은 다분히 역설적이다. 산과 물로 대변되는 자연을 대립적으로 보지 않고 상호보완적이며 스며드는 관계로 본다.

수묵화에 담긴 산과 물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묵향의 미와 향기를 세계에 알리는 전남수묵국제비엔날레 개막이 15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오는 9월 1일 개막식을 갖고 2개월간의 장정에 돌입한다.

사무국은 이번 수묵비엔날레를 매개로 전통 수묵이 K컬처의 새로운 장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19개국 190여 명의 작가 작품 350여 점이 전시되며, 대학생과 어린이 등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매개로 전통수묵의 발전과 계승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국화의 수묵 정신을 계승한 수작으로 평가받는 백남준의 ‘머리를 위한 선’도 선보인다. 이 작품은 1961년 현대음악가 슈톡하우젠의 영상 ‘오리기날레’에서 처음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21년에 이어 감독을 맡게 된 이건수 총감독은 “이번 주제는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을 모티브로 고요함 속 움직임을 표방하는 동양의 미학을 상정하고 있다”며 “서구미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대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다의적인 뜻을 담았다”고 말했다.

또한 “종이와 먹 그리고 물로 대변되는 우리 전통 산수화가 지닌 따스함이 관객들의 지친 심신을 회복하게 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며 “비엔날레 명성에 맞는 성공적인 행사로 세계 속에 전남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주 전시관은 목포와 진도 일원에서 운영된다.

먼저 1전시관인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는 다채로운 전시가 관람객을 맞는다. ‘산-물, 바람-빛’을 주제로 대표 중견 수묵작가와 세계적 해외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현대수묵Ⅰ’이 눈길을 끈다. 수묵의 세계화를 꾀하는 전시도 있다. ‘목포는 항구다’를 주제로 열리는 국제제지던시는 16개국 작가가 참여하는 교류전이다.

특히 황실 특별관을 설치해 구한말의 황실유묵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여 역사 속 우리의 수묵화를 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대한제국 수묵유산전’에서는 흥선대원군을 비롯해 고종, 순종, 의친왕 등의 수묵작품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노수 작 ‘산광징아심’
2전시관 노적봉 예술공원 미술관에서는 중견 작가와 뉴웨이브 작가들의 그림을 만난다. ‘풍경은 같은데 산수가 다르다’를 주제로 수묵의 재료성과 현대성에 초점을 맞췄다. 재료의 물성에 따라 천차만화하는 작품을 토대로 수묵의 색다른 미를 감상할 수 있다.

MZ세대 관심도를 견인하기 위해 목포 대중음악의 전당에서도 전시가 마련된다. 3전시관 주제는 ‘미래는 수묵시대’. 한국화 전공 대학생 30여 명의 작품을 전시하는 ‘대학 수묵제’와 전국 초등학생 60여 명의 작품을 전시하는 ‘어린이 수묵제’는 수묵화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다.

진도에서도 다양한 전시가 관람객을 맞는다. 남도전통미술관(4~6전시관)에서는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화 작가들이 ‘운림, 구림이 스미는 검은 숲’을 주제로 작품을 선보인다. 운림산방(5전시관)에서는 수묵 대가들의 산수화와 미디어 아티스트 6인의 인터렉티브형 전시가 ‘화담/지자요수 인자요산’을 주제로 펼쳐진다.

진도향토문화회관(6전시관)은 영호남 작가 교류전을 ‘묵연’이라는 주제로 진행한다.

이 외에도 특별전시관 3개관(광양도립미술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해남 대흥사)과 14개 시·군 18개소에서 시·군 기념전이 열린다.

특히 도립미술관에서는 10월까지 ‘이건희 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조우’를 개최해 수묵과 현대미술의 아름다움과 특별함, 조화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편 개막식은 오는 9월 1일(오후 5시) 국내외 각계 인사, 시민 등 1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목포 문화예술회관 야외특설무대에서 열린다. 전남도립국악단의 식전공연, 수묵패션쇼, 홍보대사 송가인의 축하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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