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예술가들 ‘터닝 포인트’서 그린 동서양의 융합
2023년 08월 07일(월) 21:25
은암미술관, 31일까지
한독수교 140주년 기념 프로젝트
세오·다그마 슈러 등 14명 초대
9일 작가와의 대화, 25일 콜로키움

광주 은암미술관은 오는 31일까지 한독수교140주년 기념 프로젝트 ‘터닝 포인트’를 연다.

올해는 한독수교 140주년이 되는 해다. 1883년 11월 26일 ‘조독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되면서 조선과 독일은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그동안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국토분단 등을 거치며 대한민국과 독일연방공화국은 지향적 관계를 토대로 협력관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올해는 파독 근로자 협정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1963년 체결된 광부협정에 따라 광부들은 독일 탄광에서 조국의 근대화를 위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파독 간호사들 또한 성실과 친절을 바탕으로 전문직업인의 역할을 다했고 오늘날 한독우호 관계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독수교 140주년 기념 프로젝트가 지역 미술관에서 열려 눈길을 끈다.

은암미술관(관장 채종기)은 오는 31일까지 2023 한독수교 140주년 기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터닝 포인트, 전환점’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독일과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를 초대했다.

송현숙 작 ‘28획’
참여 작가는 김유섭, 송현숙, 세오, 황선태, 다그마 슈러, 다니 플뢰거, 베릿 예거, 사라 오-목크, 슈테판 ㅋㅚㄴ, 요하네스 뷔트너, 엘리자베스 하일, 토비아스 베커 등 14명이다. 이들은 회화, 영상, 미디어, 사진, 설치작품 등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정여섭희 학예실장은 “세계의 질서 대전환기를 맞아 한국과 독일은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 등 미래 지향적 핵심 가치들을 공유하는 파트너 관계에 있다”며 “지역민들에게 독일 예술의 변모와 한국 예술의 위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전시실 1층에 들어서면 ‘터닝 포인트, 전환점’이라는 전시 안내 문구와 마주한다. 오늘의 시대가 ‘전환의 시대’라는 사실을 환기한다.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이전 세계로 회귀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위기와 기대가 혼종하는 시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환의 의미를 새삼 사유하게 한다.

광주 출신 세오 작가의 ‘나의 집에 낯선 나’는 동서양의 문화적 해석을 다채롭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다. 독일에 거주하는 세오 작가는 원래 한지를 꼬아 붙이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작품에선 한국인의 정체성, 그리움 등이 배어나온다.

물과 하늘, 수초와 나무는 사물의 기초이지만 보는 이에 따라 다른 철학적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의 전통적인 물과 하늘 등의 자연 배경과는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비롭고 인상적이며 무엇보다 사물의 선이 굵다. 그럼에도 화폭에 드리워진 서정적인 감성, 자연에 심상을 투영하는 느낌은 한국적이다.

세오 작가는 “유럽 고객들은 내 작품에서 동양적 철학과 명상적 분위기를 느낀다며 좋아한다. 동양과 서양의 기법, 정신을 잘 융합했다는 것이다. 한국 관객의 평가는 좀 다른 것 같다. 독일적이고 표현주의적인 색채가 느껴진다고 한다”고 표현한 바 있다.

송현숙 작가의 ‘28획’은 파독 출신 간호사다. 획으로 작업을 하는 작가의 작품 세계는 심오하다. 오랫동안 독일에 사는 동안 작가의 내면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쌓였을 것이다. ‘28획’은 부러진 나무를 붕대로 감은 이미지를 표현했는데 간호사와 예술가라는 정체성이 겹쳐 있다. 한국의 귀얄 붓으로 단숨에 긋는 한 획에서 동서양의 요소가 어우러진다. 절제된 화법으로 표현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먹먹함 그 자체다.

다그머 슈러의 영상 작품은 인간의 뇌를 신경과학 이론에 접목해 초점화한다. ‘꿈꾸는 것은 그 자신에게 남겨진 마음’이라는 작품은 추상적인 꿈의 풍경과 디지털 환경을 접목했다.

소셜 미디어, 텔레비전, 잡지 등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과 행동을 작품으로 구현한 엘리자베스 하일의 작품은 데이터에 대한 민감성을 모티브로 한다. 관람객은 직접 ‘READ & WRITE’ 작업에 응할 수 있다. 자발적으로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상황에 놓이는데 데이터가 예술 작품의 일부가 된다. 작업이 관객의 참여에 의해 완성된다는 점에서, 데이터를 매개로 사람들의 삶을 추적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전시와 아울러 작가와의 대화(9일), 썸머 콜로키움(25일)도 마련돼 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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