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치닫는 폭염, 취약 계층 보호 절실하다
2023년 08월 04일(금) 00:00
낮 최고 기온이 33도를 웃도는 폭염이 열흘 이상 이어지면서 쪽방촌이나 달동네 등에 거주하는 취약 계층은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광주 지역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지난 6월 말 기준 9만 5975명이다. 여기에 차상위 계층 4만 1810명까지 포함하면 취약 계층은 13만 명이 넘는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엊그제 둘러본 이들의 여름 나기는 재난 현장을 방불케 했다.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이들은 전기 요금 인상에 부담을 느껴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조차 틀지 못한 채 무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되며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동구 지산동 김홍남(여·80) 씨의 집은 들어서자마자 숨이 턱 막힐 만큼 무더웠다. 김 씨의 집은 단독 주택들이 밀집한 달동네에 위치해 있어 문과 창문을 활짝 열어 놓아도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았다.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지만 선풍기만 틀어도 한 달 전기 요금이 3만 원 넘게 나와 에어컨 가동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정부가 전기료 중 3분의 1을 지원하고 있지만 기초생활수급비 27만 원이 수입의 전부인 김 씨에게는 월 2만 원 수준의 전기료조차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여름은 이상 고온이 예년보다 심화되면서 취약 계층이 겪는 고통도 커지고 있다. 주거 환경이 열악한 취약 계층은 극한의 폭염으로 인해 건강은 물론 생명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그제 광주에서는 야외에서 폐지를 줍던 60대 여성이 귀가 후 온열 질환으로 숨지기도 했다.

재난 수준으로 치닫는 폭염 피해 역시 노약자나 빈곤층 등 취약 계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와 광주시, 자치구는 냉방비 지원과 무더위 쉼터 운영, 위기 가구 발굴 등 체계적인 보호 대책을 수립, 취약 계층이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도록 세심히 살펴야 할 것이다.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