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웅컬렉션 재일디아스포라 작가전…피로 연결된 조국 한국 태어나고 자란 모국 일본
2023년 07월 31일(월) 21:05
광주시립미술관 10월 29일까지 ‘김영숙-삶, 그리고 해후’ 50여점 소개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재일디아스포라작가전 ‘김영숙-삶, 그리고 해후’가 오는 10월 29일까지 하정웅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우주에서 생명을 받아 그림을 그리는 사명을 얻은 것은 신비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작품 활동을 하였다.”

재일디아스포라 작가 김영숙의 말이다. 재일동포 3세대 작가인 그의 작품세계는 여느 작가와는 다르다. ‘피로 연결된 조국 한국, 태어나고 자란 모국 일본’이라는 두 개의 나라를 토대로 발현됐다.

김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업은 신비스러운 일이라고 본다. 그냥 신비스러운 것이 아니다. 우주에서 생명을 받는데다 사명까지 얻었으니 일상의 ‘밥벌이’와는 분명 차원이 다를 것이다.

작가의 말을 상기하며 둘러본 전시장에서 앞서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의 작품은 분명 여느 작가와는 다른 아우라를 환기한다. 재일디아스포라 작가라는 ‘선입견’을 제하고 보더라도 그렇다. 화려하면서도 화사하며, 차분하면서도 서정적이다. 가벼운 듯 하지만 깊이가 있고, 정적이면서도 동적이다.

광주시립미술관(관장 김준기)이 기획한 하정웅컬렉션 재일디아스포라작가전이 하정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0월 29일까지 진행되며 주제는 ‘김영숙-삶, 그리고 해후’. 이번 전시는 하정웅컬렉션 2603점 가운데 김영숙 자가의 50여 점을 소개하는 자리다.

일반적으로 ‘디아스포라’는 타 국가와 민족에 의해 강제적 이주, 이산이라는 의미를 함의한다. 그 가운데 재일동포 디아스포라는 식민지 지배하 조선에서 일본으로 건너와 해방 이후에도 일본에 남게 된 강제적 이주와 후손들을 지칭한다.

재일동포 3세대 작가인 김영숙은 고려미술회, 공모전, 여류화가협회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전시장에서 만나게 되는 작품은 대부분 아름다운 여성이 등장한다. 아울러 평화로운 풍경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조화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적이면서도 세밀한 터치는 보는 이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재일동포 3세대라 어둡거나 삶의 굴곡 등을 담은 작품일거라는 생각은 이편의 단견이었다. 그저 화면 속 여성들은 ‘무표정’하다는 게 공통적인 특징이다. 한편으로는 담담함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디아스포라의 흔적보다는 일상의 삶에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견고히 밀고나가는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사유가 배어나온다.

김영숙의 작품 세계는 크게 두 개의 시기로 구분된다. 근원적 자아를 찾는 90년대까지의 시기, 2000년대 이후 삶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시기로 나눌 수 있다.

2000년대 이전 작품은 인간의 삶, 생명에 관한 질문을 중심으로 특히 ‘사람은 왜 살고 있는가?’에 관해 자문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어디서 태어났으며 왜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에 관한 탐색이 주 내용이다. 이러한 물음은 자연스레 우주에서 생명을 받아 살아가는 작가의 삶 자체가 작품의 주제로 전이되었음을 보여준다.

‘기억속의 바다’
1998년 작 ‘기억속의 바다’는 화면 중앙에 여성이 등장하고 머리 위로 커다란 물고기가 유영을 하는 모습을 담았다. 자세히 보면 여성의 반대편에는 동일한 여성의 실루엣이 드리워져 있다. 작가의 ‘기억이라는 바다’에 드리워진 삶과 만남, 자연 등을 유추해볼 수 있다.

작가는 “제한된 기간이었지만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니머 사람과 자연을 접하고 내가 느끼고 얻은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습니다. 이번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모두 어떤 면에서는 내 자화상이며,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늘, 바다, 들판의 화초, 개와 고양이, 새들도 그랬고 아니면 그때의 나는 한바탕 바람이었는지도 모릅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2002년 작 ‘해후’는 서로를 마주보는 두 여성을 그렸다. 오랫동안 헤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는 것을 해후라 한다. 작품은 과거와 현재 또는 현재와 미래의 여성이 다시 만나 상대를 바라보는 장면을 초점화한 것이다. 동일인인 듯 동일인이 아닌 듯한 두 여성은 낡은 대문, 오래된 담이라는 배경 탓에 만남의 의미를 중층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작가의 이후 작품세계는 여행을 통해 깨달은 삶에 관한 생각이 모티브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여행을 회상해 그린 작품은 흘러가는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서 깨닫게 되는 삶의 의미를 되짚고 있다.

또한 2층 공간에는 이탈리아 등 유럽 여행에서 그린 수채화 10점과 누드 드로잉, 판화 18점도 전시돼 있어 작품 세계를 좀더 확장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오병희 학예사는 “김영숙 작가 작품에 흐르는 근본적인 내용은 삶을 관조해 환희와 희망을 보여주는 데 있다”며 “시공을 넘어선 순수한 영혼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재일동포 3세대 디아스포라 작가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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