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회 호남예술제 최고상] 산문
2023년 07월 27일(목) 18:54 가가
플라워lee
이유화 <인천가림고 3학년>
이유화 <인천가림고 3학년>
‘모작 연습하기 위해 제게 네일아트 받아보실 분을 구합니다.’
나는 네일아트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중고 거래에서 연습할 사람을 구하려 했다.
게시글을 올린 지 얼마 안 됐을 때 ‘혹시 지금도 사람 구하시나요?’ 라며 일명 ‘플라워lee’라는 사람이 채팅을 걸어왔다. 나는 그 사람에게 예약을 받고 나서 마땅히 네일 해줄 장소를 빌리지 못해 나는 그 사람에게 집으로 오라며 주소를 보냈다.
그날 초인종이 울려 문을 열고 나가서 본 얼굴은 다름 아닌 몇 달 전 집을 나간 언니였다.
언니는 태연하게 우리 집으로 성큼 들어왔다. ‘플라워lee’라는 닉네임을 다시 생각해보니 언니 이름과 성이 들어간 닉네임이었단 것도 깨달았다. 언니는 마치 나와 모르는 사이인 듯 내게 존댓말을 써왔다.
“연습 많이 하셨나 봐요.” 칭찬에 박했던 언니는 정말 손님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한 듯이 조금씩 칭찬을 해댔다. 예전엔 언니한테 네일을 해줬을 땐 칭찬 한 번을 하지 않았던 언니였다.
그런 언니가 낯설었지만 처음 받아보는 칭찬에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나는 언니에게 근데 저라는 걸 알고도 예약하신 거예요? 라고 물었다.
언니는 “네 뭐. 도움 되면 좋잖아요.” 라고 했다.
언니는 엄마의 말을 잘 듣지 않았던 평범한 여고생이었다. 악을 지르며 엄마와 싸우던 언니는 그날 저녁 캐리어를 싸며 “이제 내 인생은 내가 살아.” 라는 마지막 말과 함께 떠났다.
나는 언니 손톱에 있는 네일 아트들이 떨어지려고 하는 것을 보곤 언니가 이번엔 진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 또한 언니를 찾지 않았다. 마치 딸은 나밖에 없었다는 듯이 살았다. 그렇게 언니의 행방은 고요하고 잠잠했다.
네일아트에 집중할 무렵, 언니는 갑자기 “인생은 원래 혼자예요.” 라는 말을 해왔다.
나는 그 말뜻을 생각해봤다. 언니 말대로 언니는 항상 혼자 견뎠다. 엄마가 첫째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매일 도가 지나친 잔소리를 혼자 묵묵히 삭혔던 것처럼. 나는 언니한테 그래도 집은 있어야. 라는 말을 하다가 순간 죄책감이 내 입을 막았다.
그러자 언니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하고 싶은게 있어서 도전하러 간 게 잘못인 거냐며 이야기를 끝맺었다.
언니는 가출이라는 단어 대신 도전이라는 단어를 썼다. 나는 그 단어보다 언니가 나에게 하소연하는 게 아닌 담담히 말하는 것이 더 와 닿았다. 나는 입을 우물우물 거리다 “많이 속상했었겠어요.” 라는 말을 했었다. 언니는 피식 웃으며 “어려 보이는데 다른 생각 하지 마시고 대회 연습이나 잘하세요.” 라며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언니의 손에 네일아트를 마무리 지었다.
그 다음에도 나는 대회 연습을 위해 몇 번 글을 올렸다. 그때도 예약한 손님의 닉네임은 다 ‘플라워lee’ 이었다. 나는 언니의 소식을 중고 거래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우리는 늘 미래에 대한 얘길 했다. 집에 있을 땐 몰랐던 언니의 도전을 비로소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 뒤 언니는 네일아트를 받고 돌아갈 때 “대회 꼭 우승 하세요.” 라는 마지막 말로 오랫동안 보이지 않았다. 왜인지 나는 언니가 어디선가 큰 도전을 하고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네일아트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중고 거래에서 연습할 사람을 구하려 했다.
게시글을 올린 지 얼마 안 됐을 때 ‘혹시 지금도 사람 구하시나요?’ 라며 일명 ‘플라워lee’라는 사람이 채팅을 걸어왔다. 나는 그 사람에게 예약을 받고 나서 마땅히 네일 해줄 장소를 빌리지 못해 나는 그 사람에게 집으로 오라며 주소를 보냈다.
언니는 태연하게 우리 집으로 성큼 들어왔다. ‘플라워lee’라는 닉네임을 다시 생각해보니 언니 이름과 성이 들어간 닉네임이었단 것도 깨달았다. 언니는 마치 나와 모르는 사이인 듯 내게 존댓말을 써왔다.
“연습 많이 하셨나 봐요.” 칭찬에 박했던 언니는 정말 손님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한 듯이 조금씩 칭찬을 해댔다. 예전엔 언니한테 네일을 해줬을 땐 칭찬 한 번을 하지 않았던 언니였다.
언니는 “네 뭐. 도움 되면 좋잖아요.” 라고 했다.
언니는 엄마의 말을 잘 듣지 않았던 평범한 여고생이었다. 악을 지르며 엄마와 싸우던 언니는 그날 저녁 캐리어를 싸며 “이제 내 인생은 내가 살아.” 라는 마지막 말과 함께 떠났다.
나는 언니 손톱에 있는 네일 아트들이 떨어지려고 하는 것을 보곤 언니가 이번엔 진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 또한 언니를 찾지 않았다. 마치 딸은 나밖에 없었다는 듯이 살았다. 그렇게 언니의 행방은 고요하고 잠잠했다.
네일아트에 집중할 무렵, 언니는 갑자기 “인생은 원래 혼자예요.” 라는 말을 해왔다.
나는 그 말뜻을 생각해봤다. 언니 말대로 언니는 항상 혼자 견뎠다. 엄마가 첫째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매일 도가 지나친 잔소리를 혼자 묵묵히 삭혔던 것처럼. 나는 언니한테 그래도 집은 있어야. 라는 말을 하다가 순간 죄책감이 내 입을 막았다.
그러자 언니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하고 싶은게 있어서 도전하러 간 게 잘못인 거냐며 이야기를 끝맺었다.
언니는 가출이라는 단어 대신 도전이라는 단어를 썼다. 나는 그 단어보다 언니가 나에게 하소연하는 게 아닌 담담히 말하는 것이 더 와 닿았다. 나는 입을 우물우물 거리다 “많이 속상했었겠어요.” 라는 말을 했었다. 언니는 피식 웃으며 “어려 보이는데 다른 생각 하지 마시고 대회 연습이나 잘하세요.” 라며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언니의 손에 네일아트를 마무리 지었다.
그 다음에도 나는 대회 연습을 위해 몇 번 글을 올렸다. 그때도 예약한 손님의 닉네임은 다 ‘플라워lee’ 이었다. 나는 언니의 소식을 중고 거래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우리는 늘 미래에 대한 얘길 했다. 집에 있을 땐 몰랐던 언니의 도전을 비로소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 뒤 언니는 네일아트를 받고 돌아갈 때 “대회 꼭 우승 하세요.” 라는 마지막 말로 오랫동안 보이지 않았다. 왜인지 나는 언니가 어디선가 큰 도전을 하고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