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침수 지구’ 지정도 관리도 어림으로 하나
2023년 07월 21일(금) 00:00 가가
전국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 지역 침수 취약 지구 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가 객관적인 기준 대신 임의로 지구를 선정하는가 하면 근본적인 관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침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산하 다섯 개 자치구의 침수 취약 지구는 동구 여섯 곳, 서구 네 곳, 남구 일곱 곳, 북구 여덟 곳, 광산구 12곳 등 모두 37곳에 달한다. 침수 취약 지구는 집중 호우 때 침수 피해가 예상되는 곳으로, 통상 과거 피해가 발생했던 지역을 주로 선정한다. 이렇다 보니 광주시가 선정한 침수 취약 지구와 자치구가 선정한 지구가 각기 달라 혼선이 빚어지기도 한다. 선정도 구체적인 안전 진단을 거치지 않은 채 과거 피해 발생 여부만으로 결정하는 탓에 정확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밀 진단 없이 대책을 세우다 보니 침수 피해가 재발하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광주 남구는 지난 2018년 8월 시간당 60㎜의 폭우로 백운광장의 주택과 상가 120여 곳이 물에 잠기자 집중 호우에 견딜 수 있도록 직경이 더 큰 관로로 변경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시간당 51㎜의 비가 쏟아지자 광장에 또다시 물이 차올랐다. 남구는 이번엔 하수구 입구에 설치된 빗물받이에 쓰레기들이 걸려 빗물이 도로로 넘쳐흘렀다고 진단했다. 관리 부실을 사실상 자인한 셈이다.
이처럼 상습 침수 지구로 지정돼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습 침수 지구는 대부분 도심 저지대에 위치해 있는 만큼 배수 펌프나 탱크 등 저수조를 설치해야 하지만 빗물받이 등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극단적인 폭우가 빈발하고 있는 만큼 지자체는 면밀한 사전 점검과 과감한 예산 투입으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 침수 사고의 반복을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