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지하 차도 참사 ‘강 건너 불’ 아니다
2023년 07월 18일(화) 00:00
하늘이 뚫린 것 같은 ‘극한 호우’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피해가 막심하다. 장마철 한 달 동안 내릴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속절없이 산이 붕괴돼 집들을 덮쳤고, 불어난 강물에 제방이 무너져 지하 차도가 침수됐다. 무엇보다 너무나 많은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는 집계가 진행될수록 계속 늘고 있다.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사람만 어제 오후 6시 현재 49명에 달한다. 수해로는 12년 만에 최대 규모의 인명 피해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지하 차도 침수 현장에서는 13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 주민들은 제방 관리가 부실했고, 교통 통제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곳곳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19명이 숨지고 여덟 명이 실종된 경북 북부 지역에서도 방재 시설 부족과 무분별한 개간, 뒤늦은 대피 명령 등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선 현장의 안일한 대처와 늑장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점에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광주·전남 지역에도 광주 24곳, 전남 20여 곳 등에 지하 차도가 있는데 잦은 폭우와 소홀한 배수 관리로 침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밤에는 광주 동림동 한 지하 차도에서 운행 중인 버스가 물에 잠겨 시동이 멈추기도 했다. 잦은 비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산사태 위험도 커졌다. 광주·전남의 산사태 위기 경보는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 발령된 상태다. 영산강·섬진강 네 곳에는 홍수 특보가 내려졌다.

설상가상으로 장마 전선이 활성화하면서 전남 등 남부 지방에 모레까지 최고 300~400㎜의 극한 호우가 더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추가 피해를 막으려면 사고 위험이 높은 주요 시설물에 대한 빈틈없는 점검과 감시로 선제적 통제와 대피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극한 호우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방재 시스템을 재점검해 최적의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