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여성가족재단, 여성의 나이듦과 가사노동의 가치를 담다
2023년 07월 12일(수) 19:15
9월27일까지 ‘CONNECT’ 전
10월6일까지 ‘집에서 노는 여자들’전

김키미 작가의 포스터, 판화, 엽서 등.

“나는 사내되고 십지 아니해, 녀자처럼 좀 존귀한 맛이 잇서야지 안 그럿소”(나혜석 시인)

광주여성가족재단(이하 재단)에서 두 개의 의미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먼저 지난 11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CONNECT’ 전은 여성의 나이 듦과 존재에 대해 에코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여성주의, 생태주의 등 동시대 담론을 성찰한다. 오는 9월 27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전시에는 지난 제6회 허스토리(HERSTORY) 공모를 통해 발굴한 총 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작가들은 지구 생태계의 구성요소들이 ‘유기체’라는 관점 아래 인간과 동물, 인간과 비인간동물, 자연 등의 관계를 다시 바라본다. 전시작품은 총 20점.

첫 섹션은 김도희 작가가 인간과 비인간동물(물질)에 주목했다. 작품은 오래되고 낡은 동네의 슈퍼, 고양이, 카트, 입간판 등을 담고 있다. 작가는 필멸하는 대상은 순환한다는 거시적 관점 아래 연대의 메시지를 건넨다.

SNS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김키미 작가의 작업물도 눈길을 끈다. ‘산도 매일 자신을 비춰보는데 내가 나를 본 날이 많지 않구나’라는 판화 속 작가의 메시지는 자연과 인간을 겹쳐보게 만든다.

혜윰(김정), 여울(김해숙)이 그려내는 ‘여성의 나이 듦’은 마지막 섹션에 자리한다. 월경을 마무리하는 ‘완경’ 과정에서 여성들은 해방감과 여성성의 상실이라는 불안을 동시에 경험한다. 여성의 몸을 통해 전달하는 작품의 은유적 목소리는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또다른 기획전 ‘집에서 노는 여자들’도 흥미롭다. 오는 10월 6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여성인권과 가사노동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 한병아의 ‘우주의 끝’, 정연주의 ‘집나방’ 등은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리게 하는 ‘집나방’은 가사노동을 엄마의 ‘십자가’에 비유한다. 예수가 부활한 메시아와 모성의 존재를 오버랩해 여성이 불온한 나방으로나마 다시 태어나려는 집념에 초점을 맞췄다.

정미경 성평등문화팀장은 “이번 전시는 연대하는 여성과 공동체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그동안 그림자에 불과했던 존재들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며 “전시회를 통해 여성의 나이듦과 노동의 가치를 숙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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