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창립 30주년…광주 넘어 세계인의 비엔날레 돼야
2023년 07월 11일(화) 21:05
광주비엔날레 달라져야한다 <하>
비시즌 위한 아카이브관 필요
지역 연계 대규모 프로그램 기획
파빌리온 20여 개국으로 확대

제14회 비엔날레를 찾은 관람객들이 출품 작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내년이면 창립 30주년을 맞는 광주비엔날레는 그동안 세계 5대 비엔날레로 평가받는 등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여타의 국제 비엔날레와 비교해 담론이나 이슈 제기 등에 있어 국제미술축제로서의 영향이나 위상이 예전만 같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을 역임한 정준모 전시 기획자는 “광주비엔날레가 ‘비엔날레를 위한 비엔날레’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14회 전시는 잘 기획된 비엔날레라기보다 잘 만들어진 전시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때에 따라 어떤 작품이 사회와 접점을 이루면서 이슈를 제기하거나 담아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내년이면 창립 30주년을 맞는 만큼 광주비엔날레의 변곡점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광주비엔날레가 광주비엔날레로만 담을 쌓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창립선언문의 ‘5·18 광주정신을 예술로 승화하고 세계로 확산한다’는 기치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광주정신을 광주에만 가둬둬서는 안된다’는 의미였다.

사실 30여 년간 광주비엔날레는 광주정신을 서사와 인문학과 예술로 승화시킨 눈에 띄는 대표작이 거의 없었다. 전두환이나 계엄군을 모티브로 혁명이나 민주화를 다룬 작품은 있었지만 은유와 상징을 매개로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예술적인 작품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정 기획자는 “‘보고 화가 나는 작품’이 아닌 ‘보고 눈물이 나는 작품’이 이제는 나와야 한다”며 “광주비엔날레는 지키고 지탱하는 국제적인 미술 행사가 아닌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인의 비엔날레가 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물론 14회를 거쳐 오는 동안 많은 재원이 투입되고 우수한 인력들의 노고가 있었다. 광주비엔날레가 ‘소프트파워’로 자리매김 될 수 있었다는 데는 비엔날레와 관련 많은 이들의 수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비시즌 기간에도 비엔날레 유산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지역 문화계 인사는 “비엔날레가 2년마다 한번 개최되기 때문에 열리지 않는 해는 국내는 물론 세계 미술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안타까웠다”며 “30주년이 되는 만큼 아카이브나 유산 활용 측면에도 관심을 기울여 시즌, 비시즌 관계없이 비엔날레의 소중한 자산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엔날레 재단 관계자는 “오는 2026년께 새로운 전시관이 건립돼 아카이브관이 마련되면 비시즌에도 비엔날레 유산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실 비엔날레 창립 이후 전반적으로 미의식이 달라지고 ‘비엔날레 키즈들’에게 미술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한 것 등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비엔날레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와 연계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한 장경화 박사는 “광주비엔날레가 30주년을 계기로 하나의 변곡점이 되고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시 차원의 빅 이벤트를 추진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며 “15회 비엔날레가 판소리라는 전통음악을 현대적 시각화로 구현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만큼, 지역과 연계한 대규모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14회 비엔날레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국가별 파빌리온(특별관)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외 유수 문화 기관이 참여한 파빌리온에 관람객이 이어지면서 비엔날레 기간 광주 전역이 시각 문화 현장으로 변모됐던 것은 고무적이다.

국립광주박물관, 무각사, 이이남 스튜디오 등 9곳에서 캐나다를 비롯해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 9개국이 참여한 파빌리온은 미술의 도시 광주를 역동하는 동시대 미술 현장으로 엮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주시에 따르면 내년에는 파빌리온을 역대 최대 규모인 20여 개국으로 늘릴 방침이다. 시 차원에서 공간의 역사성과 장소성과 상응하는 파빌리온을 문화외교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한편으로 파빌리온을 20여 개로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작품 관리, 전시 관람과 관련 시나 비엔날레 차원의 점검도 철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폐막을 앞두고 양림동 모 파빌리온을 찾았다는 문화계 인사는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인데도 전시실이 닫혀 있어 헛걸음을 했다”며 “파빌리온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향후 파빌리온이 확대되면 관리나 서비스도 그에 맞게 세심하게 이뤄져야 도시 전체를 미술 전시장으로 변모시킨다는 당초 의도가 차질없이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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