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실추된 위상 재정립 고민해야
2023년 07월 11일(화) 00:00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흥행과 예술성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이번 비엔날레는 광주시 북구 비엔날레 전시관 등지에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 주제로 31개국, 43개 도시, 작가 79명이 출품한 340여 작품을 선보였다. 코로나 이후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을 풀어 주는 미술 축제로서 기능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최장 기간(94일) 열렸음에도 관람객 50만 명에 그쳤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행사 성격이 다르지만 순천만정원박람회가 같은 기간 500만 명을 넘어선 것에 비하면 초라하다. 작가들이 전시 주제에 맞춰 내놓은 작품들도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현대미술을 선도하는 대가나 신예들의 작품 없이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탓이다. 미술계에서 “광주비엔날레가 알려지지 않는 작가들의 데뷔 무대로 전락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는 맥락도 다르지 않다.

더욱이 ‘비엔나 소시지’를 활용한 홍보 영상이 비엔날레를 희화화한다는 비판을 받는 등 서막부터 이미지를 흐렸다. 유튜브 영상과 관련 페미니즘 비하 지적이 제기됐고 홈페이지 배너 삽화에 일베 인증 이미지를 사용해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 논란 끝에 폐지된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도 마찬가지다.

광주비엔날레는 재단의 구태의연한 운영과 조직 전문성 결여, 행사 정체성·차별성 미흡 등으로 명성이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비엔날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주비엔날레가 내년이면 창설 30주년을 맞는다. 비엔날레 재단은 관성적으로 진행해 온 행사 개최·운영 방식은 물론 재단 조직 등에 대한 총체적인 진단을 바탕으로 미래를 재설계해야 한다. 세계 미술 조류에 맞춰 창조적인 파괴와 혁신에 나서지 않으면 비엔날레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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