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달라져야한다 <상> 국제 미술축제 걸맞게 광주와 세계 교감 차별화된 전시를
2023년 07월 10일(월) 19:42
관람객없는 행사 부끄러워
조직 일원화·역량강화 시급
지난 1994년 창설된 광주비엔날레는 내년이면 30주년을 맞는다. 광주일보는 <광주비엔날레 달라져야 한다>를 주제로 전시 구현, 감독 선정, 조직 구성 등 비엔날레 방향성에 대한 제언의 기사를 2차례에 걸쳐 싣는다.

광주비엔날레는 그동안 14회에 걸친 전시회를 통해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적 명성을 가진 세계 비엔날레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광주비엔날레는 감독 선정, 조직 문제, 프로그램 등 운용의 묘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는 주제로 31개국 43도시 79작가의 340여 작품을 선보였지만 임팩트 있는 작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게 미술계 안팎의 지적이다. 코로나 이후 최장 기간의 국제적인 미술 행사임에도 이슈를 비롯해 담론, 전시 구성 등에 있어 무색무취의 비엔날레였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요인으로 문화계 A씨는 “비엔날레는 검증되지 않는 전시이다 보니 진정한 미술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비엔날레 입장에서는 관람객이 얼마 왔느냐가 중요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세계적인 작가, 미술가들이 얼마나 광주비엔날레에 관심을 쏟았느냐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미술계 B씨는 전시 주제에 대한 차별성을 강조했다. 광주비엔날에서만 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세계와 교감할 수 있는 주제를 전시하고, 구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그는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키워드는 ‘여성’과 ‘흑인’이었고 감독도 여성이었다. 초현실적인 현실에 대한 부조리적인 상황을 성찰하는 ‘꿈의 우유’가 주제였다”며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는 전시 주제가 얼핏 베니스비엔날레와 유사해 보인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부산비엔날레의 ‘물결 위 우리’라는 주제와 비교해도 광주비엔날레의 주제가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물론 트렌드라는 게 있지만 그 트렌드와 변별이 되는 광주비엔날레만의 차별화된 전시를 구현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전시 구현이 친환경적으로 진행된 점은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도 많았다. 반면 전시 구현이나 배치가 단조롭고 밋밋한 점은 향후 광주비엔날레가 고민해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문화계 C씨는 감독 선정에 있어 특정 문화권이나 특정 지역 전문가보다 국제적인 시야와 지명도가 있는 미술계 인사를 선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아울러 그는 “비엔날레 전시는 개인의 취향이나 안목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재단은 비엔날레가 동시성을 보여주면서도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을 보여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감독 선임은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했다.

태생적으로 조직의 일원화 문제도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비엔날레를 비롯해 국제적인 문화행사를 치르기 위해선 인적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최근 몇 년 간 국제적 행사를 앞두고 비엔날레 구성원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조직을 떠나는 상황이 되풀이됐던게 사실이다.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이 정착할 수 있는 시스템은 물론 문제 발생 시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개선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문화계에서는 “지금까지 광주비엔날레는 유수의 유학파들이 왔지만 지방의 한계로 인해 메뚜기처럼 머물다 떠나는 현상이 자주 반복됐다”며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지역 출신 인재들이 비엔날레에 남아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재단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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