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역사 깃든 ‘시간과 공간의 파노라마’
2023년 07월 03일(월) 21:30 가가
궁궐대목수 겸 사진작가 정명식 개인전…29일까지 예술이 빽그라운드
가로 3m 1800여컷 대형사진 ‘AM 06:20’ 눈길…8일 작가와의 대화
가로 3m 1800여컷 대형사진 ‘AM 06:20’ 눈길…8일 작가와의 대화
궁궐 대목수인 정명식은 10년간 하루도 빼지 않고 출근길 특정 장소에 섰다. 지난 2011년 5월 2일 창덕궁 출근을 시작했다. 그는 첫날의 기록을 위해 사진을 찍었다. 6시 20분 당시 창덕궁의 풍광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그날의 시간을 증명한다.
해남 출신 정명식은 문화재청 소속 궁궐 대목수다. 궁과 왕릉을 비롯해 사찰 등 문화재를 보수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호남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이후 대목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NAVER 창작 지원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첫눈에도 그에게선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빡빡 깎은 머리 때문인지 한 번 보면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인상이다. 예술가 특유의 아우라도 있지만 고집스럽다기보다 열려 있는 느낌이다.
정명식 대목수 겸 사진작가가 창덕궁을 비롯해 근정전, 인정전, 경복궁 등 궁궐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을 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는 29일까지 복합예술공간 예술이 빽그라운드.
‘KOREA UNCOVERED’를 주제로 열리고 있는 전시는 ‘한국, 발견되어지지 않은’이라는 의미처럼 궁궐의 신비로운 모습을 담고 있다. 전시는 지난 2007년 이후 16년 만에 광주에서 이뤄지는 터라 의미가 있다.
사실 궁궐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구중궁궐 높은 담에 둘러 쌓여있어 속내를 알기가 쉽지 않다. 궁궐 속에는 조선왕조 600여 년의 영광과 오욕의 역사가 숨 쉰다. 일반인에게 미지의 공간인 궁궐이 누군가에게는 때로 심미적이면서도 환상적인 공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언급한대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AM 06:20’. 광주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가로 3미터 세로 3미터 대형 사진으로 1800여컷 사진이 모여 만들어졌다. 작가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의 결정체이자 한편으로는 감성과 지성의 통합체”다.
정 작가는 “이 촬영을 시작으로 퇴근할 때까지 궁궐 안에서 펼쳐지는 무수한 많은 여정을 최대한 관찰하고자 했다”며 “출근하는 동료의 모습, 청소담당자, 직원식당의 여사님들, 다양한 방식으로 궁을 즐기는 관람객들의 모습과 사계절의 풍경을 렌즈에 담았다”고 말했다.
입궁 첫날 기록용으로 찍었던 6시 20분 풍광은 이후 작가의 루틴이 되었다. 나아가 그것은 “조선왕조 600년의 미래 시간의 원형질 일부”가 되었을 것이다.
전시장에는 작가가 그동안 담아낸 궁과 능을 비롯해 사찰이 망라돼 있다. 컬러와 흑백의 장엄한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정 작가는 “10년간 약 10만 여장의 사진을 찍으며 궁궐의 변화를 나만의 시각으로 담아내고자 했고 이를 통해 평범한 일상적인 관점에서 궁궐을 기록하고자 했다”며 “관람객들에게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시간의 흐름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작품들 가운데는 한국의 아름다운 궁의 곡선을 담은 작품 외에도 단단한 박석에 박힌 욕망의 품계석, 산사의 다비식, 청동 종을 매단 꼬임 줄 등도 있다. 특히 부드러운 처마 곡선 아래 숨 막힐 듯 빼곡하게 들어찬 박석의 모습과 청동 줄을 매단 꼬임 줄의 이미지는 시선을 압도한다.
이당금 예술이 빽그라운드 갤러리 관장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꼬박 10년 세월을 담아낸 것은 어찌보면 궁궐 목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며 “담아냈다기보다는 피사체가 선택했다고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류승민(고려대 한국미술사)은 “대담한 만큼 인문적 사유도 깊음을 느끼겠다. 그런 사유는 관계 이면에 있는, 누적된 시간에서 나온 것임도 틀림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오는 8일 오후 3시에는 작가의 시간으로, ‘토크쇼’도 진행될 예정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첫눈에도 그에게선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빡빡 깎은 머리 때문인지 한 번 보면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인상이다. 예술가 특유의 아우라도 있지만 고집스럽다기보다 열려 있는 느낌이다.
정명식 대목수 겸 사진작가가 창덕궁을 비롯해 근정전, 인정전, 경복궁 등 궁궐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을 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는 29일까지 복합예술공간 예술이 빽그라운드.
언급한대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AM 06:20’. 광주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가로 3미터 세로 3미터 대형 사진으로 1800여컷 사진이 모여 만들어졌다. 작가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의 결정체이자 한편으로는 감성과 지성의 통합체”다.
정 작가는 “이 촬영을 시작으로 퇴근할 때까지 궁궐 안에서 펼쳐지는 무수한 많은 여정을 최대한 관찰하고자 했다”며 “출근하는 동료의 모습, 청소담당자, 직원식당의 여사님들, 다양한 방식으로 궁을 즐기는 관람객들의 모습과 사계절의 풍경을 렌즈에 담았다”고 말했다.
입궁 첫날 기록용으로 찍었던 6시 20분 풍광은 이후 작가의 루틴이 되었다. 나아가 그것은 “조선왕조 600년의 미래 시간의 원형질 일부”가 되었을 것이다.
전시장에는 작가가 그동안 담아낸 궁과 능을 비롯해 사찰이 망라돼 있다. 컬러와 흑백의 장엄한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정 작가는 “10년간 약 10만 여장의 사진을 찍으며 궁궐의 변화를 나만의 시각으로 담아내고자 했고 이를 통해 평범한 일상적인 관점에서 궁궐을 기록하고자 했다”며 “관람객들에게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시간의 흐름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작품들 가운데는 한국의 아름다운 궁의 곡선을 담은 작품 외에도 단단한 박석에 박힌 욕망의 품계석, 산사의 다비식, 청동 종을 매단 꼬임 줄 등도 있다. 특히 부드러운 처마 곡선 아래 숨 막힐 듯 빼곡하게 들어찬 박석의 모습과 청동 줄을 매단 꼬임 줄의 이미지는 시선을 압도한다.
이당금 예술이 빽그라운드 갤러리 관장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꼬박 10년 세월을 담아낸 것은 어찌보면 궁궐 목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며 “담아냈다기보다는 피사체가 선택했다고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류승민(고려대 한국미술사)은 “대담한 만큼 인문적 사유도 깊음을 느끼겠다. 그런 사유는 관계 이면에 있는, 누적된 시간에서 나온 것임도 틀림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오는 8일 오후 3시에는 작가의 시간으로, ‘토크쇼’도 진행될 예정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