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근로자 불법 파견 이젠 바로 잡자
2023년 06월 29일(목) 00:00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 이후 노동 시장 유연화라는 명목 아래 비정규직이 양산됐다. 비정규직이 생기면서 고용 형태도 다양해졌는데 실상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파견 근로자라는 이유로 고용 불안과 낮은 급여 등 복지 하락에 시달려 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법원이 파견 근로자에 대한 직접 고용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환영할 일이다. 광주지법 민사11부는 전직 톨게이트 수납원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 줬다. 한국전력 하청업체 노동자 145명이 한전을 상대로 낸 지위 확인 소송에서도 원고들이 승소했다. 이들은 위탁 운영 업체와 계약을 맺고 섬에서 한전 소유 발전소 운영과 배전 시설 관리 업무를 하는데, 불법 파견인 만큼 직접 고용하라고 했다.

원청업체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협력사나 위탁 업체에 관리 책임을 떠넘기는 관례에 대해 법원이 불법 하도급으로 판단하고 제동을 건 것이다. 파견 근로자에 대한 직고용 판결은 공공기관에만 그치지 않고 사기업과 프리랜서 노동자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 여수국가산단 내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직접 고용 의무가 원청에 있다는 판결이 나왔고, 프리랜서인 AD(방송국 감독 보조)가 KBC광주방송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소송에서도 법원이 계약 관계를 인정했다.

파견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은 공공기관은 물론 일정 규모 이상의 사기업 고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오히려 고용 불안을 조장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 법 제1조에 파견 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한다고 돼 있지만 현실은 고용 불안과 복지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을 계기로 제정 25년을 맞은 파견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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