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회 맞는 ‘20세기소설영화독본’ “소설·영화 통해 성장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
2023년 06월 28일(수) 20:15 가가
2009년 1월 ‘축제’로 시작 15년째
영화·원작소설 348편 보고 읽고 토론
영화·원작소설 348편 보고 읽고 토론
‘20세기소설영화독본’(소설영화독본)은 원작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며 다양한 토론을 하는 인문학 모임이다. 2주마다 한 번씩 광주영화의집에서 모임이 열린다.
소설영화독본이 오는 7월로 350회를 맞는다. 지난 28일로 348회 모임이 진행됐으니 소설과 영화 각각 348편씩을 읽고 봐 온 셈이다. 얼추 15년, 정확히는 14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하나의 모임이 만들어져 2주마다 한 번씩 15년을 지속해온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소설영화독본을 이끌어온 조대영 동구 인문학당 프로그램디렉터는 “어떤 모임을 만들기는 쉽지만 오래 유지되는 것은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15년을 쉬지 않고 지속해 온 것에 대해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모임을 지속하며 많이 배우고 인간적인 성숙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소설영화독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난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방위병으로 복무하던 조 씨는 ‘굿펠라스’라는 모임을 만든다.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모임이었는데 이때부터 영화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했다.
“많은 영화를 접하다 보니 원작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에 착안해서 만든 것이 소설영화독본이죠. 기존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은 많은데 영화와 소설을 접목해서 진행되는 모임은 거의 없었으니까요.”
조 디렉터는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한다. 소설과 영화는 이야기 예술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즉 이야기 속에는 인간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어 소설과 영화 속 인간을 만날 수 있다.
첫 모임은 2009년 1월 7일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당시 작품이 안소니 퀸이 조르바로 열연했던 ‘그리스인 조르바’. 초창기에는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모임을 하다가 이후 광주극장 영화의 집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후로 다양한 작품을 만났다. 그는 “‘제인 에어’를 비롯해 ‘폭풍의 언덕’, ‘적과 흑’, ‘마담 보바리’, ‘센스 앤 센서빌리티’, ‘맥베스’, ‘안나 카레니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백경’ 등의 고전은 물론 20세기에 쓰여진 수많은 소설들도 읽었다”며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 그리고 남미 작가들의 소설들을 두루 섭렵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접한 348편의 목록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해 다양한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또한 이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들을 통해 다양한 감독과 배우들을 만나기도 했다.
조 디렉터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첫 모임에서 다룬 ‘그리스인 조르바’를 꼽았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쓰고 미카엘 카코야니스가 영화로 만든 ‘그리스인 조르바’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히 행동하는 인간으로 현재를 후회없이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언급했다.
파스칼 키냐르가 쓰고 알랭 코르노가 영화로 만든 ‘세상의 모든 아침’도 소설과 영화 모두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예술이란 무엇이고, 예술가란 누구인가를 사유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그렇단다.
“한국 소설과 영화로는 ‘만다라’가 기억에 남아요. 1979년 출간된 김성동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1981)는 한국 종교영화의 걸작이자 한국영화의 자랑이라 할 수 있지요.”
모임에는 참석하는 이들은 동화작가, 비엔날레 도슨트, 전업주부, 직장인, 공무원 등 다양하다. 간혹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도 있고 카톡방에 초대된 회원수는 28명이다. 이 가운데 지난 5월 31일에 100권의 책과 100편의 영화 목록을 완성한 김용완 씨라는 회원이 인상적이다.
조 디렉터에 따르면 김용완 씨는 무엇보다도 책을 꼼꼼히 읽는 회원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관련 정보들을 메모하고 토론시간에는 마음에 드는 대목을 낭독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1월 모임에 나온 이후 53개월 만에 100권의 책을 읽은 셈이다.
그러나 김용완 씨는 “한달에 겨우 2권 꼴로 읽은 것은 자랑거리는 못 된다”고 자신을 낮춘다. “정년을 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모임에 들어선 이후 ‘심심해 할 틈이 없고 오히려 시간이 없어 늘 잠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모임은 소설과 영화라는 두 매체를 비교하며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시야가 확대되는 장점이 있다. 혼자라면 접하지 않을 작품을 함께 볼 수 있어서 취향도 확대된다.
하반기 프로그램도 대략 짜여졌다.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E.M. 포스터의 ‘모리스’ 오노레 드 발자크의 ‘나귀 가죽’,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를 읽고 이 소설들을 영화로 만든 작품들을 만날 예정이다.
90년대 중후반 수십여 차례 영화상영회와 영화강좌를 연 이후 조대영 씨는 한결같이 ‘영화’의 길을 걸어왔다. 2012년 부터는 광주독립영화제를 10년 간 이끌었으며 영화평을 묶은 ‘영화, 롭다’를 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ACC에서 열리고 있는 ‘워니초적 비디오 본색’ 전시로 이목을 끌었다. 영화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그는 천생 영화인이었다.
“나에게 영화란 ‘종교’와 같은 것입니다. 영화는 나를 성장시키고 영혼을 성숙하게 만들어 주죠.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배울 수 있으니까요.”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소설영화독본이 오는 7월로 350회를 맞는다. 지난 28일로 348회 모임이 진행됐으니 소설과 영화 각각 348편씩을 읽고 봐 온 셈이다. 얼추 15년, 정확히는 14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그는 “무엇보다 모임을 지속하며 많이 배우고 인간적인 성숙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조 디렉터는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한다. 소설과 영화는 이야기 예술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즉 이야기 속에는 인간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어 소설과 영화 속 인간을 만날 수 있다.
첫 모임은 2009년 1월 7일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당시 작품이 안소니 퀸이 조르바로 열연했던 ‘그리스인 조르바’. 초창기에는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모임을 하다가 이후 광주극장 영화의 집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후로 다양한 작품을 만났다. 그는 “‘제인 에어’를 비롯해 ‘폭풍의 언덕’, ‘적과 흑’, ‘마담 보바리’, ‘센스 앤 센서빌리티’, ‘맥베스’, ‘안나 카레니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백경’ 등의 고전은 물론 20세기에 쓰여진 수많은 소설들도 읽었다”며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 그리고 남미 작가들의 소설들을 두루 섭렵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접한 348편의 목록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해 다양한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또한 이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들을 통해 다양한 감독과 배우들을 만나기도 했다.
조 디렉터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첫 모임에서 다룬 ‘그리스인 조르바’를 꼽았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쓰고 미카엘 카코야니스가 영화로 만든 ‘그리스인 조르바’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히 행동하는 인간으로 현재를 후회없이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언급했다.
파스칼 키냐르가 쓰고 알랭 코르노가 영화로 만든 ‘세상의 모든 아침’도 소설과 영화 모두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예술이란 무엇이고, 예술가란 누구인가를 사유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그렇단다.
“한국 소설과 영화로는 ‘만다라’가 기억에 남아요. 1979년 출간된 김성동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1981)는 한국 종교영화의 걸작이자 한국영화의 자랑이라 할 수 있지요.”
모임에는 참석하는 이들은 동화작가, 비엔날레 도슨트, 전업주부, 직장인, 공무원 등 다양하다. 간혹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도 있고 카톡방에 초대된 회원수는 28명이다. 이 가운데 지난 5월 31일에 100권의 책과 100편의 영화 목록을 완성한 김용완 씨라는 회원이 인상적이다.
조 디렉터에 따르면 김용완 씨는 무엇보다도 책을 꼼꼼히 읽는 회원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관련 정보들을 메모하고 토론시간에는 마음에 드는 대목을 낭독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1월 모임에 나온 이후 53개월 만에 100권의 책을 읽은 셈이다.
그러나 김용완 씨는 “한달에 겨우 2권 꼴로 읽은 것은 자랑거리는 못 된다”고 자신을 낮춘다. “정년을 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모임에 들어선 이후 ‘심심해 할 틈이 없고 오히려 시간이 없어 늘 잠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모임은 소설과 영화라는 두 매체를 비교하며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시야가 확대되는 장점이 있다. 혼자라면 접하지 않을 작품을 함께 볼 수 있어서 취향도 확대된다.
하반기 프로그램도 대략 짜여졌다.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E.M. 포스터의 ‘모리스’ 오노레 드 발자크의 ‘나귀 가죽’,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를 읽고 이 소설들을 영화로 만든 작품들을 만날 예정이다.
90년대 중후반 수십여 차례 영화상영회와 영화강좌를 연 이후 조대영 씨는 한결같이 ‘영화’의 길을 걸어왔다. 2012년 부터는 광주독립영화제를 10년 간 이끌었으며 영화평을 묶은 ‘영화, 롭다’를 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ACC에서 열리고 있는 ‘워니초적 비디오 본색’ 전시로 이목을 끌었다. 영화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그는 천생 영화인이었다.
“나에게 영화란 ‘종교’와 같은 것입니다. 영화는 나를 성장시키고 영혼을 성숙하게 만들어 주죠.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배울 수 있으니까요.”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